'수신료 70원으로 이런 라인업?' EBS 위대한 수업, 섭외의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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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강연 안 오시게요? 저희 폴 크루그먼(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은 이미 섭외했는데" 지난달 28일부터 시즌3을 시작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와 관련해 온라인상엔 이런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돈다.
"온라인에 잘 알려진 '밈'은 저희가 시즌2까지 실제 섭외할 때 쓴 말인데요, 시즌3부턴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EBS와 같은 교육방송은 다른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방송사의 형태라면서 석학들도 매력을 느끼시던데요. '공영방송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죠." 지난 12일 경기도 일산 EBS 본사에서 만난 허성호 CP와 이주희 PD가 웃으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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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노벨상 수상자만 6명 합류
허성호CP·이주희 PD 인터뷰가 들려준 섭외의 비법
"아, 강연 안 오시게요? 저희 폴 크루그먼(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은 이미 섭외했는데…" 지난달 28일부터 시즌3을 시작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와 관련해 온라인상엔 이런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돈다.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강연자들의 라인업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은 일찌감치 출연했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총, 균, 쇠'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도 이미 다녀간 프로그램이다. 시즌3은 더 화려해졌다. 조지프 스티글리츠(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노벨상 수상자만 무려 6명이 합류한다.
"온라인에 잘 알려진 '밈'은 저희가 시즌2까지 실제 섭외할 때 쓴 말인데요, 시즌3부턴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EBS와 같은 교육방송은 다른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방송사의 형태라면서 석학들도 매력을 느끼시던데요. '공영방송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죠." 지난 12일 경기도 일산 EBS 본사에서 만난 허성호 CP와 이주희 PD가 웃으며 한 말이다.
한 달 2,500원의 수신료 중 EBS의 몫은 단돈 70원. 시청자들은 "수신료 70원으로 이런 라인업을 어떻게 완성시키느냐"며 감탄한다. 가장 궁금한 건 섭외의 비법. 이를 묻자 "프로그램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부분도 생겼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미 출연한 석학들이 섭외를 돕기도 하고, 프로그램 자체가 "믿을 만하다"는 명성도 쌓였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섭외 연락을 하자 "프로그램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연락 줘서 기쁘다"고 말했다는 뒷얘기도 들려줬다.
석학 섭외의 물꼬를 터준 시즌1의 국제정치학 대가 비노드 아가왈 교수와의 인연은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다. 허 CP가 대학생이던 시절, 방문교수로 온 아가왈 교수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아가왈 교수는 직접 섭외를 돕는 것은 물론 "직관적으로 섭외 메일을 써라"라는 조언도 해 줬다. 적은 출연료라도 민망해하지 말고 서두에 쓰고 지나치게 공손할 필요 없다는 조언이었다.
물론 여전히 고전적인 수법을 쓰기도 한다. 석학의 지인들부터 포섭하기도 하고, 연구실과 자택 앞에서 대기하는 이른바 '뻗치기'도 한다고. 유독 마음고생을 하게 한 석학이 있었냐는 질문에 허 CP는 시즌3에 출연한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을 떠올렸다. 누스바움은 시즌1부터 섭외가 됐던 인물. "저희 메일 계정으로 보낸 섭외 메일은 거절하시더라고요. 제 누나가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거든요. 혹시나 해서 '학교 메일로 대신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했죠. '당신이 우리 어머니와 나이가 같고…'와 같은 인정에 호소하는 말까지 넣어 성공한 섭외였어요." 하지만 "바쁘다"며 시즌1과 2에 나오지 못한 누스바움은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시즌3에서 강단에 섰다.
'위대한 수업'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석학들의 강의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명품 교양 프로그램'이 됐다. 이 PD는 "PD 입장에선 슬프지만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내용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면서 "그 차원에서 보자면 각 이론의 대가가 직접 출연하고 설명하는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2021년 8월 시즌1로 출발한 '위대한 수업'은 어느새 시즌3에 이르렀다. 허 CP는 "석학들의 섭외 승낙 여부에 희비가 갈리고 운명이 걸린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EBS의 대표 프로그램이란 생각으로 어렵더라도 다음 시즌 등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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