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해방일지' 정지아 첫 에세이…'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신재우 기자 2023. 9.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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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맥켈란 1926이 내 잔에도 가득 찼다. 녀석은 뜨겁고 깊고 진했다. 끈적끈적, 끝도 없는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맛이었다. 맥켈란 1926을 입에 오래 머금은 채 나는 실패한 사회주의자인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세상 떠나기 전에 좋은 술, 맛이나 보라고 내가 보내준 시바스리갈 18년 산을 소주 한 박스와 바꿔 마신 내 아버지를."

사회주의자 아버지를 필두로 한 소설의 이면에는 수배자의 신분을 숨기고 몰래 지리산에 올라 마셨던 위스키의 아찔한 추억, 목소리 크고 개성 강한 예술가들을 하나로 이어준 막걸리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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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사진=마이디어북스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싱글몰트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맥켈란 1926이 내 잔에도 가득 찼다. 녀석은 뜨겁고 깊고 진했다. 끈적끈적, 끝도 없는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맛이었다. 맥켈란 1926을 입에 오래 머금은 채 나는 실패한 사회주의자인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세상 떠나기 전에 좋은 술, 맛이나 보라고 내가 보내준 시바스리갈 18년 산을 소주 한 박스와 바꿔 마신 내 아버지를."

소설가 정지아는 첫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마이디어북스)를 통해 애주가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정 작가는 소문난 애주가이기도 하다. 사회주의자 아버지를 필두로 한 소설의 이면에는 수배자의 신분을 숨기고 몰래 지리산에 올라 마셨던 위스키의 아찔한 추억, 목소리 크고 개성 강한 예술가들을 하나로 이어준 막걸리의 힘이 있다.

이번 에세이에는 정지아가 그간 경험한 술에 대한 이야기 34편이 담겼다. 술에 관한 이야기라곤 하지만 사실은 술을 둘러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술에는 언제나 사람이 함께한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채 지금은 제각기 서로 다른 비극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고향 친구들, 날실과 씨실처럼 오해와 이해를 반복하며 우정을 쌓아온 오랜 선후배들, 무심한 표정으로 뜨거운 손을 내밀었던 은사님들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이들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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