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3빌딩보다 긴 수조서 선박 검증…한화오션 R&D캠퍼스를 가다

시흥(경기)=최유빈 기자 2023. 9.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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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확충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예인수조. /사진=한화오션
지난 15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화오션의 중앙연구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조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모형선을 물에 띄워 성능을 시험하는 예인수조(Towing Water Tank)의 길이는 300m에 달했다. 높이 250m인 63빌딩을 가로로 눕힌 것보다 50m 더 길다. 길이 50m의 국제규격 수영장 6개를 일렬로 늘어놓은 규모다.

한화오션은 다양한 성능 시험으로 고품질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예인수조를 구축했다. 과거에는 예인수조가 없어 해외에 위탁 시험을 진행했으나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시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인수조는 조파기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인공파도를 만들어 선박 모형을 실험한다. 수조 수심은 7m로 대양을 가정해 만들었으며 연안 등 얕은 수심에서도 실험할 수 있도록 바닥 높이를 위로 올려 테스트할 수 있다.
한화오션 연구원들이 모형배를 만들고 있다. /영상=한화오션
수조 옆에는 노랑색의 모형배가 놓여 있었다. 모형배는 나무를 본드로 붙여 깎은 뒤 방수페인트로 칠해 제작한다. 모형배는 회사가 수주한 모든선박을 실제와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 제작해 각종 성능을 평가한다. 이날 연구소 한 켠에는 목재가 쌓여있었고 연구원들은 도안에 맞춰 배를 깎고 있었는데 연구소가 아니라 목공소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화오션은 앞으로 나무가 아닌 3D프린터로 모형배를 만들 계획이다. 3D프린팅 기법을 활용하면 모형 제작 기간을 기존 3주에서 최대 12.6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 복합 플라스틱 소재(ABS)로 10m급 시험용 쌍축선 모형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성능평가팀의 이장훈 책임은 "한화오션은 글로벌 톱3 조선사지만 그동안 수조가 없었다"면서 "이제는 자체 시설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에 글로벌 원톱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공동수조에서 모형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다. /영상=한화오션
선체뿐 아니라 프로펠러에 대한 연구도 진행된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공동수조는 전 세계 상업용 공동수조 중 가장 큰 규모로 2020년 7월 완공됐다. 공동현상(캐비테이션·Cavitation)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압력이 높아져 물이 기체상태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 기포가 진동을 유발해 추진력을 떨어트리고 프로펠러 날개 내구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거대한 공동수조 안에선 프로펠러 모형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프로펠러를 통해 발생된 기포가 끊임없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 마치 바다에 들어온 것 같았다.

성능평가팀 소속 정재권 책임은 "거대한 선박과 프로펠러를 모형으로 만들어 자체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은 한화오션의 큰 경쟁력"이라며 "선박은 물론 잠수함 같은 군함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중앙연구원은 구성원들에게 뜻깊은 장소 중 하나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체제 아래서 회사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18년 12월 중앙연구원을 건립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화오션은 중앙연구원 준공 이후 가장 먼저 직원들을 초대해 회사의 기술력을 직원들에게 소개하며 직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산업은행 체제에서 보수적인 경영으로 적극적으로 신규투자에 나서지 못한 역사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방산, 친환경, 해상풍력, 스마트야드 등 4대 영역에 2조원을 투자해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중규 중앙연구원장은 "과거 회사가 굉장히 어려운 시절이었음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8년 12월 시흥R&D센터를 개소했다"며 "앞으로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살뜰하게 활용해 멋진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흥(경기)=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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