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과 물 다스리는 일…착각하는 붓이 나대지 말라고 [e갤러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삐죽한 봉우리로 겁을 주는 법이 없고 헐거운 산세로 실망시키는 법도 없다.
일필휘지, 한 번 뻗으면 망설이는 법이 없는 그의 붓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 그렇게 세운 소나무는 웅장한 기백으로 주위를 입 다물게 했다.
오로지 먹과 물을 다스리는 일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필휘지 먹빛 세상의 '수묵화 대가'
현대도시풍경 그린 수묵풍경화 이후
소나무·물·바람·산 등 수묵의 자리로
세월 농담 묻힌 절정의 '인왕산'까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삐죽한 봉우리로 겁을 주는 법이 없고 헐거운 산세로 실망시키는 법도 없다. 가깝다고 했는데 저만치 떨어져 있고, 다 갔다고 했는데 더 가라 한다. 그 산, 인왕산이 눈앞에 있다. 폭 2m를 넘긴 한지는 먹기운 아니, 산기운을 먹고 바짝 긴장했다.
무여 문봉선(62·홍익대 교수). 우린 그를 수묵화의 대가라 부른다. 일필휘지, 한 번 뻗으면 망설이는 법이 없는 그의 붓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큰 붓으로 한호흡을 품고 마치 부드러운 난을 치듯 쳐 올라가니. 특히 그렇게 세운 소나무는 웅장한 기백으로 주위를 입 다물게 했다.
1980년대 현대도시의 풍경을 그린 수묵풍경화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등을 휩쓸었지만, 돌연 ‘산’으로 돌아갔더랬다. 본디 수묵화가 있던 그 자리로 되돌리자 한 건가. 그러곤 끝내 “진경산수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까지 끌어냈다. 이후엔 물에도 바람에도 곁을 내줬지만, 그 마음이 어디 가겠는가. ‘인왕산’(2022)에는 그 세월의 농담이 묻어 있다. 그만의 소나무도 들어 있다.
오로지 먹과 물을 다스리는 일이다. 착각하는 붓이 나대지 말라고 늘 붙든다. 허투루 삐져나가는 법이 없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계동2길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모두의갤러리서 두레 이숙희와 여는 2인전 ‘동행·동행(同行·洞行)에서 볼 수 있다. 두 작가는 사제지간이다. “인왕산 아래에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틈틈이 쌓아온 수묵·삶의 이야기를 펼친다”고 했다. 스승의 기개를 닮아 제자는 여리지만 서릿발 같은 꽃을 피웠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檢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백현동 200억 배임 혐의(종합)
- “DNA 일치” 33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밝혀지다 [그해 오늘]
- "자금 사정 어려워 300억 건물 내놔도 대출안돼…직원 상여금은 사비로"
- “친한 이웃 중학생 아들, 함께 간 여행서 모녀에 유사성행위”…무슨 일
- “날 함부로 대해?” 연인 옷 태우려다 아파트로 번져…13세대 전소
- [단독]올해 역대최다 불법공매도…1순위 타겟은 2차전지
- 위기관리 빛난 류현진,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 승리투수 무산
- 이재명, 탈수·정신 혼미 증세로 병원 이송…단식 중단 언급은 없어(종합)
- 덜 익힌 생선 먹은 美여성 사지절단...韓바다서도 발견된 균 ‘주의’
- ‘AG 3연패 도전’ 황선홍호, 이강인 차출 확정하고 중국행...19일 1차전[항저우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