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사회 불신할수록 사교육 시킨다…고소득 조기교육 급증

권애리 기자 2023. 9. 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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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이번 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요즘 출생률이 심각하고 어린이들도 많이 줄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에는 자녀가 어릴수록 사교육비를 늘리고 반면에 고등학생에게는 조금 덜 쓰는 모습이 보였다고요.

<기자>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규모, 아이들은 계속 줄고 있지만 코로나가 닥치면서 좀 주춤했던 게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26조 원 규모까지 불어나 있습니다.

여기에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의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규모가 더 커질 텐데요.

유치원 자녀 1명당 사교육비, 2018년에는 16만 2천 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22만 4천 원. 38% 넘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치원생도 2022년부터는 매달 평균 20만 원대를 넘어가기 시작한 겁니다.

초등학생도 5년 전보다 18% 늘면서 역시 1명당 40만 원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2년째입니다. 

중학생도 9.4%, 10% 가까이 늘었고요. 다만 고등학생 사교육비가 5년 전보다 1.6%, 아주 조금이지만 줄었습니다.

2018년에는 고등학생 1명당 매달 평균 69만 5천 원을 썼는데 이게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70만 원을 넘겼다가 코로나 이후부터 줄기 시작해서 지난해에는 68만 4천 원, 2018년보다도 더 줄었습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재정 패널 조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응답하는 패널 가정 중에 모두 1만 1천401명에 대해서 한국교육개발원의 김혜자 연구위원이 지난 5년간의 사교육비 추이를 분석해 본 결과입니다.

<앵커>

당연히 고등학생 때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 것 같은데 이렇게 변화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소득별로 나눠봤을 때 돈을 쓰는 경향에 뚜렷한 차이가 보였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소득 하위 20%의 가정에서 특히 최근에 자녀들 사교육비를 늘리면서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55.7%나 늘렸습니다.

반면에 가장 소득이 높은 20%의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들에 대한 사교육비는 여전히 늘리고 있는데 중고등학생에 대해서는 좀 줄였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저소득일수록 학업 공백이 커져서 걱정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죠.

이런 공백을 느낀 부모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비를 전체적으로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코로나 전에는 고등학생일수록 대학 입시를 앞뒀을수록 고소득 가정이냐, 저소득 가정이냐에 따라서 사교육비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소득 최상위와 최하위 사이에 거의 3배까지 벌어졌죠.

그런데 이제 고등학생 자녀일 때의 차이는 1.7배 수준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넉넉한 집과 빠듯한 집의 사교육비 차이가 가장 크게 납니다.

소득 상위 20%의 부모들이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작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덜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요.

저소득 가정의 경우에는 물론 모든 연령대에서 자녀들에게 사교육까지 해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 입시를 앞뒀을 때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게 하는 이런 조기 사교육들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현실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기자>

사실 부모들도 보시는 것처럼 아이들의 사교육이 너무 일찍 시작되는 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초등학생 8, 9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요.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거나 과외를 받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불안하니까 시킨다. 이게 가장 정답에 가까울 텐데요.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된 부모들의 사회에 대한 가치관을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는지와 같이 놓고 봤더니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크다고 답했을수록 그리고 정부에 대한 기대가 낮을수록 또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인을 불신할수록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쓰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사회는 냉혹하고 믿을 수 없고 이른바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높았다는 거죠.

반면에 법조인을 비롯한 각종 전문가 집단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높을수록 사교육비를 더 썼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많이 해서 저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결국 사교육비 문제는 부모의 가치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시험문제를 쉽게 낸다, 어렵게 낸다, 이런 차이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걸로 분석됐다는 거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문제가 사교육비 문제에 있어서도 근본에 깔려 있더라는 얘기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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