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 "中증시 단기 조정일 뿐"… 장기 부정론 경계

홍콩(중국)=이지운 기자 2023. 9.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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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차이나리스크 만난 亞금융허브 홍콩②] "차이나리스크 분명하지만 홍콩 경제 성장 지속 중"

[편집자주]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경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홍콩에선 국가보안법 시행까지 맞물려 현지인들 사이에선 '헥시트'(Hong Kong+Exit) 붐이 일었다. 중국의 통제가 본토를 넘어 특별행정구까지 이어지면서 국제금융도시의 매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각광 받았던 홍콩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올 1월 국경을 재개방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중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 역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본토의 부유층과 중산층이 당국의 규제를 피해 아시아금융허브 홍콩으로 모여드는 만큼 금융 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콩 코즈웨이베이 밤거리./사진=이지운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중국 부동산發 위기, 홍콩 금융시장엔 미풍… 경제 성장엔 부담
②홍콩 "中증시 단기 조정일 뿐"… 장기 부정론 경계
③'세계 최고 집값' 홍콩 아파트, 할인해도 미분양 쌓여… 거품 빠지나

"중국은 미국과 함께 막대한 자본과 인구를 가진 G2(주요 2개국)입니다. 최근 부동산 위기에 차이나리스크가 불거졌지만 세계 경제공화국, 중국의 국가경쟁력은 굳건합니다."

지난 9월5일 홍콩 중안의 마천루 '쳉 콩 센터'(Cheung Kong Center)에서 만난 오기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홍콩법인장은 하반기 중국 증시 전망에 낙관론을 제시했다. 올 첫 거래일인 1월3일 2만145.29이었던 항생지수는 9개월 만에 2000포인트 가량 추락했지만 오 법인장이 그리는 증시 전망 그래프는 여전히 붉은 빛이다. 지난 8월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사태로 중국 증시의 위기론이나 붕괴론으로 단정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은 정부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주춤했던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코즈웨이베이 거리엔 디즈니랜드의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로 가득했다. 카페와 미식가 식당이 있는 완차이의 보행로와 식당에는 직장인은 물론 관광객들로 붐볐고 퍼시픽 플레이스 쇼핑몰에는 평일 낮에도 사람들로 넘쳤다. 중국 정부의 의욕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책이 소비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8월 중국 국내 관광객 수는 18억3900만명, 중국 국내 관광 수입은 1조2100억위안(220조1840억원) 수준에 육박한다.



차이나 리스크, 상쇄할 경기부양책 기대


HSBC은행 홍콩 센트럴지점/사진=이지운 기자
홍콩 코즈웨이베이 중심가에서 만난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본부장(전무)은 "중국 증시엔 각 분야 특히 신흥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상장됐다"며 "한국에서 보는 중국경제 전망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 위안화 약세는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향후 중국 증시는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증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5일 3064.07에 거래를 마쳐 올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하며 9월 들어서는 3100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인 CSI 300 지수도 9월11일 기준 3767.54로 올해 최저였던 지난달 23일(3696.63)보다 2%가량 상승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셍지수 역시 지난달 25일 1만7956.38까지 떨어졌지만 9월들어 1만8000대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당국은 경기 전망 둔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 자격 요건 완화, 주식거래세 인하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8월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지방정부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채권발행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홍콩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둔화에도 중국 증시는 단기 조정 구간에 진입했을 뿐 장기 부정론을 경계했다. 최근 불거진 리스크 역시 분명하지만 무시하지 못할 경제 규모와 성장 잠재력 역시 명확하다는 것이다.

정찬희 신한은행 홍콩 IB(GIB) 센터장은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은 단기부양의 목적이 아닌 경제구조 전환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대로 경기부양 정책들이 연착륙 되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양책, 주식시장 반등 가능


홍콩 ICC(International Commerce Center) 외부 전경/사진=이지운 기자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상승세를 점치는 배경으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꼽는다. 앞서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S)는 지난 8월25일 금융기관 임원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주식시장 안정과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세미나에는 연기금과 대형 은행, 보험사 등이 참여했고 CSRC는 금융회사 경영진들에게 주식 투자를 늘릴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에 위안화 방어를 위한 개입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스타보드(Star Board)에 상장된 기업들에게는 자사주 매입도 독려했다. 이후에도 경제 위기 우려로 증시가 꾸준히 하락하자 금융권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김현준 하나은행 홍콩지점 PB팀장은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규제완화가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미·중 갈등 등 외부적인 요인이 중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고 부동산 사태 여파 리스크 요인이 남아있지만 2024년까지 경로를 보면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직 시장이 기대하는 직접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아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추가 부양책이 나오는 시점부터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기석 홍콩법인장은 "중국증시에 경제 우려는 이미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증시 부양책을 내놓는 등 여전히 중국 증시 상승 기대감이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중국 증시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건은 증시를 뒷받침할 경제지표 개선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5% 안팎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위기 속에 주식시장에 불안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32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됐고 수요도 침체된 상태여서 부동산 위기의 파급력이 컸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면 주춤했던 투심이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중국)=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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