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죽 외압에 시달렸으면 노조가 ‘통계 조작’ 제보했겠나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발표에 대해, 문 정부 인사들과 민주당은 “통계 조사·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이 참여한다. 모든 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된다”면서 ‘정국 돌파용 정치 쇼’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청와대가 사령탑이 돼 국토부, 통계청, 부동산원까지 모든 통계 유관 기관들이 한 몸처럼 움직인 흔적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통계를 산출하는 한국부동산원 소속 직원 1100여 명 중 상당수가 ‘조작 지시를 하달받았다’고 진술하고,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도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새로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부동산원 노조가 직원들이 통계 조작 요구에 시달리자 경찰에 이를 제보했다는 것이다. 노조의 제보를 받은 경찰 정보관이 ‘부동산원에 대해 청와대와 국토부가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 보고를 했고, 이 내용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됐지만, 청와대가 이를 뭉갰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가짜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었다. 수많은 관련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통계를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령탑이 최고 권력기관 청와대였기 때문이다.
문 정부 인사들은 또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변명하지만, 2016년 개정된 통계법은 ‘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공표 전 제공·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엄격한 통계법을 만든 주역이 바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통계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외압·누설 금지 조항이 담긴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랬던 사람이 국토부 장관이 되자, 집값 통계 조작을 주도했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원이 불법적 사전 보고를 그만하게 해달라고 12차례나 요청했는데도 모두 묵살했다.
문 정부는 통계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던 통계청장을 잘라내고 문 정부 입맛대로 소득 통계를 마사지해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을 새 통계청장에 임명했다.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새 청장 지휘 아래 통계청은 기상천외한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를 계속 내놨다. 통계는 정책 설계의 기초이자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통계 조작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 범죄이며,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국정 문란 행위다.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범법자를 가려내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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