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② 김환기 화백 점과 연결의 미학
[※ 편집자 주 = '미술로 보는 세상'은 미술 작품을 통해 당시 화가가 살아갔던 시대상과 지금의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팀은 기존 연재물을 영상으로 확장한 크로스 미디어 형 지식 콘텐츠인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미술 이미지는 메타버스와 가상 및 증강현실과 사회 전반에 흐르며 다양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미술 이미지를 통해 생각의 탄생과 사유의 확장을 표방하는 지식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며 관련 콘텐츠를 올릴 예정입니다. 고려대 겸임교수인 노석준(건축학 박사) RPA 건축연구소 소장과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영상 예술학 박사)의 도움으로 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
'미술로 보는 세상' 칼럼 저자 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는 김광섭 시인이 김환기 화백에게 보낸 '저녁에'를 인용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 도 기자는 "이 시는 김환기 화백이 뉴욕에 살 때 김 시인이 보낸 편지에 동봉한 시다"며 "김 화백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서 다시 만나랴'에 깊은 영감을 준 시"라고 말했다.
도 기자는 이어 김 화백 전면점화(全面點畵)를 처음 봤을 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푸른색의 문양이 보이는 거 같고 이어 흰 부분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점이었다"라며 "하얀 캔버스에서 푸른 점을 어떤 생각과 구도, 철학을 갖고 찍고 나서 남긴 부분이 흰 부분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전면점화 작업을 계속해오던 김환기 화백은 서양화가였으나 우리나라의 미적 예술혼을 그림에 반영하고 이를 완전한 추상으로 만들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고민 끝에 김 화백은 유화를 수묵의 먹처럼 번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김 화백은 광목천에 아교칠을 한 후 유화 물감을 테라핀유에 묽게 섞어 만든 물감을 썼다. 그런 다음 그 물감을 캔버스에 찍어 한지에 먹이 번지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번짐을 이용해 캔버스 위에 점을 하나씩 찍어나갔다. 그야말로 한국 추상의 거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은 "재료는 물질적인 재료가 있지만 빛과 그림자 같은 비물질적 재료도 있다"며 "로마 시대 판테온을 보면 웅장한 석조건물이면서도 가장 핵심은 돔의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주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또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장 누벨이 만든 파리 아랍문화원과 김 화백의 작품의 맥락이 유사하다. 벽에 조리개 같은 걸 만들어 빛이 들어오게 해 이슬람의 철학적이고 복잡한 무늬를 빛으로 투영시켜 공간 내부를 느낄 수 있게 했다"며 "엄청난 점과 문양에 빛이라는 재료를 써 작품을 완성한 것이 김환기 화백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이어 "요즘 관점으로 보면 김환기 화백의 작품은 굉장히 디지털적이다"며 "점의 연결을 선으로 보는 게 디지털이기 때문에 김 화백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어떤 형태가 아니고 지속적인 패턴이 만들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도광환, 진행 : 유세진·도광환·노석준·석수선, 촬영 : 김민규·유준하·이수아, 웹 기획 : 임소연, 자료조사 : 권순,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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