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뷔·선우정아…그들을 매료시킨 소박한 ‘단칸방 콘서트’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9. 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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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NPR 기획한 유튜브 공연 ‘타이니 데스크’
LG유플러스가 최초로 라이선스 확보해 제작
“사후보정도 인이어도 없어 가수에겐 도전
작은 도서관 공연은 대형 공연과 다른 매력”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에 출연한 BTS의 뷔. [사진 출처=LG유플러스]
‘작은 책상 앞 한계 없는 공연’을 추구하는 라이브 콘텐츠 ‘타이니 데스크’가 한국에 상륙했다. 2008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기획해 전 세계 아티스트 1500여 팀이 출연한 유서 깊은 유튜브 음악 프로그램인데, 주 무대가 프로듀서 밥 보일런의 책상 앞이니 그야말로 ‘방구석 콘서트’의 원조 격이다. LG유플러스가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해 자체 제작팀 스튜디오 X+U를 통해 선보이는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TDK)는 서울 용산 본사 1층의 작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다.

최근 촬영 현장에서 만난 강소연·김희원 프로젝트 매니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펼쳐가듯 리스너들이 한계 없이 음악 자체에 집중하면 좋겠다”며 “한 기업만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음악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단 4곡의 라이브, 20분 안팎 분량. 그러나 현장은 아티스트가 도착하기 수 시간 전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거친 현장감을 살리면서도 최고의 품질을 담기 위해 각 분야 엔지니어가 작업에 한창이어서다. 녹화 준비로 아침 9시부터 현장에 머물던 한 스태프는 오후 4시께 이날의 출연자 가수 권진아의 리허설과 녹화 등 모든 일정이 끝나자 “분위기가 좋아 금방 끝났다”며 웃었다. 이어 제대로 쉴 새도 없이 저녁에 녹화할 다음 출연자인 가수 이승윤의 녹화를 위해 조명과 카메라 세팅에 돌입했다.

공연 공간은 아티스트와 마이크, 밴드 세션과 악기가 딱 들어찰 정도로 좁지만, 음악의 밀도는 높다. 가수에겐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환경이다. 다른 영상 콘텐츠와 달리 후보정이 거의 없고, 음정·박자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인이어’(삽입형 이어폰)도 대개 착용할 수 없다. 촬영은 NG 없이 원테이크다.

특히 가수 음성을 따는 데에 일반적인 무대용 마이크가 아닌, 음성 더빙에 주로 쓰는 지향성 샷건 마이크를 쓴다. 원조 타이니 데스크를 만드는 NPR에서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쓰는 장비를 그대로 들였다. “미세한 소리까지 잡아내는 마이크라 후보정은 불가해요. 보컬 마이크에 여러 악기 소리가 다 잡히기 때문에 소리를 따로 떼어내 만지기가 어렵거든요. 그만큼 가수가 TDK에 출연한다는 건 자기 가창력을 확신하고 증명한다는 상징성이 있죠.”(강소연)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첫 회에 출연한 김창완밴드. [사진 출처=LG유플러스]
이날 녹화를 진행한 권진아도 “날 것 그대로 나가니까 밴드 세션의 소리를 작게 한다든지 마이크 없이 그냥 불러본다든지 많은 연습을 했다”며 “TDK는 저처럼 모험을 좋아하는 콘텐츠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첫 출연자였던 밴드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완은 “새로운 음악 공간의 탄생”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런 도전적인 작업을 위해선 다양한 취향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원팀’으로 모여있다. 강 매니저는 방송사 등에서 음악 콘텐츠를 기획·연출한 PD 출신이다. 김 매니저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조연출로 경력을 시작해 공연·음악 업계를 거쳐 지금의 팀에 합류했다. 사운드 믹싱은 인디 유명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나잠수와 허키시바세키가 맡았다. 연출은 K팝 뮤직비디오 등으로도 유명한 스튜디오 비주얼스프롬, 섭외 기획은 썸타임즈럭키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모두 음악의 본질인 ‘소리’를 중시하는 철학에 공감하는, 타이니 데스크의 팬들”이라고 전했다. NPR이 2008년 타이니 데스크를 세계적 콘텐츠로 키운 이래 라이선스를 넘긴 것도 이번이 최초 사례인데, 하이브 출신 이상진 콘텐츠IP사업담당 상무 등이 밥 보일런과의 만남에서 특히 이 철학적 공감대를 강조했다고 한다.

타이니 데스크만이 가진 매력은 엔데믹 이후 대면 공연이 활성화돼도 변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본다. “대형 공연장에선 세션 한 명 한 명의 감정과 그들 사이의 소통까지 보긴 힘들잖아요. 출퇴근 길이나 집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휴식하며 틀어놓는 콘텐츠의 매력은 대형 공연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해요. 소소한 빈 곳을 채워줄 수 있고, 다양한 뮤지션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김희원)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를 만드는 ‘스튜디오 X+U’의 강소연·김희원 프로젝트 매니저(왼쪽부터)가 촬영장으로 쓰이는 서울 용산 본사의 작은 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LG유플러스]
이들은 용산 한구석의 작은 책상이 ‘아시아 음악계의 거점’이 되길 꿈꾼다. 지난달 25일 김창완 밴드 영상 공개 후 선우정아·윤석철 트리오·BTS 뷔의 녹화 분을 매주 금요일 차례로 공개하며 록, 재즈, 아이돌, 재즈 등 여러 분야 아티스트를 경계 없이 소개 중이다. 앞으론 내한하는 해외 아티스트나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뮤지션도 초대하겠다는 포부다.

김 매니저는 “요즘 음원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으로 음악 듣기는 편해졌지만 취향이 좁아지는 경향도 있다”며 “타이니데스크코리아는 취향의 폭을 넓혀드리겠다”고 했다. 강 매니저도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큐레이션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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