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신인시절을 보냈던 당찬 3순위 가드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최고의 영광은 단연 1순위 지명이다. 1순위 지명이 프로에서의 1등을 장담하지는 않겠지만 가장 먼저 지명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증명한다. 실제로 성공 가능성도 가장 높았다. 김주성, 양동근, 하승진, 오세근, 허훈 등 리그 판도를 바꾸거나 흔들어 놓은 선수 중에는 단연 1순위 선수가 많았다. 달리 1순위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로터리픽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그 해 최고 재능군으로 분류된다는 반증이다. 압도적인 1순위가 아닌 이상 큰 차이가 안나는 경우도 많고 이후 프로에서의 활약상에 따라 위상이 역전되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1999년 4순위 김성철(47‧195cm)은 1순위 조상현(47‧189cm)이 부럽지 않았다.
당시 슈터 ‘빅2’로는 조상현과 함께 조우현(2순위‧47‧190cm)이 꼽혔지만 김성철은 잘생긴 외모에 수시로 림어택을 노리는 플레이를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루키 김성철과 2년차 윤영필의 경희대 콤비는 안양 쇼타임 콤비로 화제를 모았다.
토종 덩크슛을 보기 쉽지 않은 시절, 틈만 나면 상대 골밑으로 달려가 거침없이 덩크슛을 꽂아 넣었던 이유가 크다. 혹자는 김성철에 대해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자신만의 캐릭터 등을 들어 만약 인기가 높았던 대학, 프로팀으로 코스를 밟았다면 이상민, 우지원같은 전국구 아이돌급 스타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 (1순위) 조상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551경기 출전 평균 11.3득점, 1.5리바운드, 1.9어시스트, 0.9스틸
◆ (2순위) 조우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458경기 출전 평균 11.6득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 (4순위) 김성철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507경기 출전 평균 10.2득점, 2.7리바운드, 2.1어시스트, 0.7스틸
2001년 드래프트 당시 최대어는 단연 송영진(45‧198cm)이었다. 김주성과 함께 ‘트윈타워’로 중앙대 전성시대를 이끈 그는 프로 무대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다. 대학때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한팀의 주전 파워포워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당시 김태환 감독은 송영진이 프로에서 외국인선수와 맞서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증량 프로젝트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었던 송영진은 억지로 음식을 입에 우겨넣다시피 하며 팀이 짜놓은 플랜을 따랐다고 한다. 보통 마른 체질이 증량을 할 때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자칫 몸의 밸런스가 깨지거나 운동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진 스스로도 훈련보다 먹는 것이 더 힘들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인해 송영진은 첫시즌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으로 일관했고 그 사이 천재 포인트가드로 불리는 김승현(3순위‧45‧175cm)이 펄펄 날았다. 데뷔 시즌 KBL 역대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 동시 수상 거기에 베스트5, 어시스트상, 스틸상까지 가드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을 싹쓸이하며 데뷔 시즌 5관왕을 달성했다.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를 동시에 가져간 경우는 타 프로스포츠로 시선을 옮겨봐도 여자배구의 김연경과 프로야구의 류현진이 전부다. 그만큼 김승현의 당시 임팩트는 무시무시했다고 할 수 있다. 전희철, 김병철이 있음에도 만년 하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동양을 단숨에 정규시즌 1위팀으로 끌어올린 것을 비롯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만들어 낸다.
첫시즌 단 한번 밖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김승현, 마르커스 힉스, 라이언 페리맨의 ‘빅3’는 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트리오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김승현의 당시 맹활약은 역대 신인 최고 퍼포먼스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송영진이 프로에 잘 적응했다 해도 넘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다는 평가가 많다.
◆ (1순위) 송영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606경기 출전 평균 7.39득점, 2.48리바운드, 1.16어시스트, 0.74스틸
◆ (3순위) 김승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470경기 출전 평균 10.5득점, 3.03리바운드, 6.9어시스트, 1.95스틸
2007년은 황금 드래프트답게 좋은 커리어를 남긴 선수가 아주 많다. 1라운드에서 지명된 대부분 선수들이 자신만의 확실한 족적을 남겼을 정도다. 1순위 김태술(39‧180cm)은 역대 퓨어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선수답게 최고 순번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양희종(3순위‧39 ‧193.1cm) 역시 그에 이상 가는 존재감으로 오랜 시간 프로 무대를 누볐다.
롱런,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상을 놓고 본다면 김태술을 능가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태술이 못한게 아닌 양희종이 너무 잘했다고 보는게 맞다. 물론 기록만 놓고 보면 의아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양희종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성적표보다는 직접 경기를 봐야만 가치를 알 수 있다. 신명호와 더불어 수비와 허슬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역대 최고 디펜더다.
◆ (1순위) 김태술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20경기 출전 평균 7.6득점, 2.4리바운드, 4.5어시스트, 1.4스틸
◆ (3순위) 양희종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618경기 출전 평균 6득점, 3.7리바운드, 1어시스트, 0.6스틸, 0.6블록슛
안양 인삼신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정관장(당시 KT&G)이 2010년 드래프트에서 1, 2순위를 싹쓸이하면서부터다. 정관장은 순리대로 당시 최고 가드가 평가받았던 박찬희(36‧190.3cm)를 뽑았다. 그리고 2순위 지명권으로 이정현(36‧190.3cm)을 선택했는데 '잘하기는 하지만 2순위에 걸맞는 선수인가?'에 대한 논쟁까지 있었을 정도로 저평가도 다수 존재했다.
박찬희는 전남 여수, 이정현은 광주 광역시로 둘은 전라남도가 고향이다는 공통점까지 있었는데 그로인해 전남 출신 1, 2순위로도 화제를 모았다. 박찬희는 1위 지명자답게 신인왕까지 수상하며 펄펄 날았다. 이정현도 잘했지만 박찬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됐다.
박찬희는 슈팅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발목을 잡았다. ‘슛만 있으면 이상민 부럽지 않은 1번이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을 정도다. 반면 이정현은 특유의 내외곽 득점력에 시야, 리딩, 패싱능력까지 발전하며 역대급 2번으로 커리어를 만들어갔다. 박찬희는 충분히 1순위에 걸맞는 선수였지만 이정현이 예상 밖으로 너무 큰 선수가 됐다.
◆ (1순위) 박찬희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08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6.9득점, 2.8리바운드, 4.4어시스트, 1.3스틸
◆ (2순위) 이정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82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3득점, 2.9리바운드, 3.6어시스트, 1.2스틸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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