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산 곡물 수입 금지령 해제’에 폴란드 등 3개국, 자국 농업 타격에 ‘반기’

선명수 기자 2023. 9. 1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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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EU 분열상 드러내”

유럽연합(EU)이 동유럽 5개국의 곡물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적용했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그러나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3개국은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수입 금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EU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EU는 16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동유럽 5개국의 직접 수입 금지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5개 회원국에 이 같은 조치를 적용한 지 4개월 만이다. EU는 러시아의 봉쇄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내륙 운송을 통한 수출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동유럽 EU 회원국의 육로인 이른바 ‘EU 연대회랑(Solidarity Lanes)’을 통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운송 과정에서 값싼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동유럽 국가에 유입되며 이들 국가의 국내 곡물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EU는 지난 5월 이들 5개국이 직접 수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허용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조치 시행 후 5개국의 시장 왜곡 현상이 사라졌다며 한시적으로 유지했던 수입 금지령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EU 결정에도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계속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할 것이며, 이는 폴란드 농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아프리카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중앙유럽 시장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EU 관료들은 농민들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우리 손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폴란드 등 3개국이 자체적인 규제 조치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국가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운송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다만 3개국의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EU 회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점차 심화되고 있는 ‘EU 내 분열상’을 드러낸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CNN도 “3개국이 EU의 결정을 무시하고 수입 금지를 연장한 것은 EU 지도부의 분노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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