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염병 우려” 데르나 봉쇄…사망 최대 2만명 관측
12만명 시민 중 ‘6분의 1’ 참변…WHO “시신 존엄하게 수습을”
리비아 당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홍수 피해를 입은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사실상 봉쇄하고, 시신을 서둘러 집단 매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면서 “시신을 존엄하게 수습하라”고 우려를 표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데르나를 통제하는 리비아 동부 내각은 데르나에 구호요원과 의료진을 제외한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곳곳에 방치된 시신으로 인해 생기는 식수 오염과 전염병 확산 위험에 대비하고 구호활동이 방해받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당국은 생존 주민들에게도 데르나를 떠날 것을 권고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도시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NYT는 전했다.
데르나 봉쇄 조치는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나왔다. 리비아 적신월사는 전날 이번 홍수로 최소 1만1300명이 숨지고, 1만10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발표했다.
실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급류에 휩쓸려 지중해로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면서 최종 사망자 수는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데르나 인구는 약 12만5000여명으로, 최악의 경우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은 것이 된다.
데르나는 지난 10일 폭우를 동반한 열대성 폭풍으로 상류의 댐 두 개가 잇따라 붕괴되면서 도시의 25% 이상이 물살에 휩쓸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아프리카지역 법의학 책임자 빌랄 사블루는 “시신이 길거리에 널려 있고 해안으로 밀려오고 있으며 무너진 건물과 잔해에 파묻혀 있다”면서 “한 동료는 2시간 만에 인근 해변에서 200구가 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WHO와 ICRC는 재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당국이 존엄하게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비아 당국이 시신으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신원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시신을 서둘러 집단 매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신원 확인 등의 절차 없이 집단 매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뒤늦게 댐 붕괴 조사에 착수했다. 16일 리비아 검찰은 데르나 지역 당국자들과 이전 정부를 상대로 댐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를 돌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무너진 댐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은 1998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후 장기 내전 속에 방치된 상태였다. 참사 발생 후 논란이 일었던 대피령 발령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심한 정치적 혼란 상태에 놓였던 리비아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를 두고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과 2014년 내전 이후 서부와 동부로 갈라져 유엔이 인정한 과도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U)가 서부를, 이집트의 지원을 받는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동부를 통치하며 권력 다툼을 벌여왔다.
일부 주민들은 두 정부가 엇갈린 지시를 내려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 엘가마티는 홍수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14일 주장했다. 그러나 LNA 측 대변인 오스만 압둘 잘릴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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