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기 전에 사자”…은행 뛰어간 서민들, 대출 8천억 늘었다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9. 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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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22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3445억↑
‘역전세’도 하반기 가계대출 뇌관
전세금반환용 대출 1월보다 57%↑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사진 = 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놨지만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불과 보름만에 5대은행 가계대출이 8000억원이나 늘었고, 신용대출도 근 2년만에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까지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6816천216억원으로, 8월 말보다 8096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이며, 이 추세대로라면 9월 증가 폭이 8월(1조5천912억원)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보름만에 617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과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면서 증가세는 지난달보다 주춤했지만, 대출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445억원 늘어난 108조 7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증가세가 유지되면 5대 은행 기준 2021년 11월(3059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용대출이 반등하게 된다.

5대 시중은행의 흐름으로 미뤄볼 때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9월까지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가계대출 수요 억제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전세 시세가 떨어지면서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역전세’가 급증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수요가 하반기 이후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잔존 전세 계약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의 비중은 서울, 비수도권, 경기·인천 지역에서 각 48.3%, 50.9%, 56.5%에 달한다.

기존 보증금과 현재 전셋값의 차이는 평균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대출을 받으려는 집주인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역전세 상태 계약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다. 각각 28.3%, 30.8%나 된다. 실제로 5대 은행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 1월 4717억원에서 8월 7255억원으로 54%나 불었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 보증금 반환 대출수요 등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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