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심 공천’ 김태우 확정
전임 구청장을 후보로 세워
야당 후보 “정권 몰락 신호탄”
국민의힘이 내달 11일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사진)을 17일 선출했다. 유죄 확정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전임 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야당 후보들은 “정권 몰락의 신호탄” “몰염치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원 50%, 일반 유권자 50%로 지난 15·16일 진행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김 전 구청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과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은 낙선했다.
김 전 구청장은 “다시 기회를 주셔서 깊이 감사하다”며 “오로지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후보를 내리꽂았는데 국민의힘은 민주적인 경선을 했다”고 강조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다시 공천을 받는 데 대해선 “재판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조국이 유죄면 저는 무죄”라고 했다.
김 전 구청장 공천으로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고 보궐선거 후보로 다시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게 됐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로 인해 이번 보궐선거가 열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39억원의 세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당초 무공천 전망이 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유죄 확정 후 3개월 만인 지난 광복절에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해준 후 ‘윤심은 공천’이란 말이 나오고 조금씩 기류가 바뀌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정치적이었다며 강서구청장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 캠프는 “보궐선거를 만든 장본인을 재공천한 일은 전무후무하다”며 “김태우 후보 선출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수정 정의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보궐선거의 원흉인 비위 범죄자로 염치도 없이 다시 출마한 김 전 구청장이나 그런 구청장을 내세우기 위해 형식뿐인 경선을 강행한 국민의힘이나 강서구민들의 심판이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 캠프도 “강서구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내년 4월 총선 전에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로 ‘총선 전초전’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사면한 검찰 수사관 출신 김 전 구청장 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략공천한 경찰청 차장 출신 진 후보가 맞붙어 여야 총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진 쪽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지도부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조미덥·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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