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략폭격기, 모스크바서 일본 왕복 가능”…한·미·일에 ‘핵’ 경고
러 무기 시설 방문할 때마다
기술적 질문 쏟아내 눈길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군 비행장과 해군 기지를 둘러보며 최첨단 무기를 관찰하는 모습이 17일 공개됐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략폭격기를 설명하며 “모스크바에서 일본까지 갔다 올 수 있다”고 말해 한·미·일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러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비행장에서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Tu-160(나토명 블랙잭), Tu-95MS(베어), Tu-22M3(백파이어)을 둘러봤다. 소련에서 설계된 세 기종은 모두 러시아의 핵전력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블랙잭은 최고 속도가 마하 2.05에 달해 현존하는 대형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고 비행 고도도 다양하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전략폭격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모스크바에서 일본까지 왕복할 수 있다. 사거리 6000㎞인 미사일 12발을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폭격기가 모스크바와 일본 거리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은데도 굳이 일본을 콕 집어 언급한 건 일본이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며 “북·러가 밀착하면 한·미·일의 안보 위협 역시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미사일 시스템 Kh-47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킨잘은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되는 미사일로 최고 시속이 음속의 10배 이상인 1만2350㎞에 달한다. 북한이 2021년 제시한 주요 5대 국방 과업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한편 김 위원장은 무기 관련 시설을 참관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전날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를 방문해 대잠호위함 ‘마셜 샤포시니코프’에 승선했다. 해군 총사령관이 미사일 무기제어 시스템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종 장비 설명을 들을 때는 “유압식이냐”고 물었다. 하선하면서 쇼이구 장관과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제독에게 “이번에 우리도 진수했는데”라며 북한이 지난 8일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주요 시설을 시찰했을 때도 질문을 쏟아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의 파벨 자루빈 기자가 지난 15일 공개한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기지 관계자에게 미사일에서 분리된 물체가 어디로 떨어지냐고 물으며 “첫 번째 부분은 땅에, 두 번째 부분은 바다에 떨어지는가”라고 했고, 관계자는 “맞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당신은 전문가”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새슬·박은경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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