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실리’ 챙긴 김정은, 다음 행보 ‘시진핑과 만남’ 촉각
구체적 합의 미공개…‘안보리 상임이사국’ 러, 국제사회 의식
경제·교육 등 협력도 가속화 예상…한·미·일 밀착에 ‘반작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박6일간 방러 일정으로 북·러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과 전략폭격기·대잠호위함을 두루 둘러보면서 그간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 강화로 북핵 위협에 대응해온 한·미에 응수했다. 북·러는 군사 및 경제 협력으로 밀착해 북·중·러 3각 구도를 다지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북·중·러’라는 틀에 깊숙이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양국은 각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김 위원장을 초청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 개발을 돕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을 북한으로부터 지원받고,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필요한 러시아의 첨단기술과 원유·식량 지원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후 러시아 군사시설을 연달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이 되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제재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행보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방미 당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하고, 지난 7월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에 승선하는 등 한·미 동맹을 강조한 행보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거대한 실수”(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과가 있을 것”(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이라며 경고했다. 국제사회 경고를 의식한 듯 북·러 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5시간 이상 함께했지만 기자회견은 물론 공동선언문 발표도 없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7일 통화하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외적으로는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부인하거나 군사협력 내용을 제한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교육·농업 등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분야 협력은 가속화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관람했고 연해주 측과 발레단의 북한 공연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북한과 러시아가 고립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 교류로 우군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다”며 “북·러가 밀착하면 중국을 자극해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본격 외교 행보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김 위원장이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23일~10월8일)을 계기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렛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시계추 외교’로 양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과 연쇄 회담을 성사시킨다면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 결속을 과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서방이 ‘국제 왕따’ ‘불량 국가’로 분류하는 북·러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하기 때문에 느슨한 연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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