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더 잘할 겁니다"…국민타자가 점찍은 거포, 5강 키플레이어 됐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내년에는 더 잘할 겁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내야수 박준영(26)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한 포수 박세혁(4년 46억원)의 보상선수로 박준영을 영입했다. 이 감독은 곧장 박준영의 기량을 직접 살펴보고 싶었지만,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어 호주 스프링캠프에는 데려가지 못했다.
박준영은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지난 7월 7일 처음 1군에 등록됐다. 퓨처스리그부터 뜨거웠던 타격감을 1군까지 이어 가면서 단번에 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두산은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달렸고, 박준영은 공수에서 큰 힘을 보태며 단번에 1군 붙박이로 자리를 잡았다. 3루수와 유격수 모두 가능해 베테랑 허경민과 김재호의 체력 관리에도 도움이 됐다.
박준영은 최근 두산이 최근 6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도 큰 힘을 보탰다. 지난 1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부터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면서, 이 기간 홈런을 무려 3개나 쏘아 올렸다.
이 감독은 17일 광주 KIA전에 박준영을 8번 지명타자로 내보내면서 뜨거운 방망이를 마음껏 뽐낼 기회를 줬다. KIA 선발투수 토마스 파노니가 왼손 투수라 좌타자인 김재환 대신 우타자인 박준영에게 기회를 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준영은 2-1로 앞선 5회초 3득점 빅이닝의 신호탄이 되는 홈런을 날렸다. 선두타자로 나서 파노니의 시속 141㎞짜리 높은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덕분에 두산 타선은 흐름을 타면서 8-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박준영은 15일 광주 KIA전에서도 5-6에서 6-6 균형을 맞추는 동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8-6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덕분에 두산은 6연승을 질주하며 5강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박준영은 "2경기 연속 홈런보다 팀이 연승을 하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파노니가) 첫 타석에서 몸쪽으로 많이 들어와서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은 버리고 가까운 쪽만 노렸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타격감이 좋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박준영은 "그렇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냥 조금 생각을 비우고 외야 뜬공을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치고 있다. 운 좋게 실투가 와서 홈런을 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생애 처음 지명타자로 나선 경기라 더더욱 신경 쓸 게 많았다. 박준영은 "야구 하면서 지명타자는 처음이었다. 벤치에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계속 벤치에 있으면서 뒤에서 스윙을 쉬지 않고 했고, 투수 타이밍에 계속 맞추고 있었던 게 준비가 잘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박준영이 타격 훈련을 할 때 모자가 아닌 헬멧을 쓰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감독은 "보통 타자들은 타격 훈련할 때 모자를 쓰는데, (박)준영이는 꼭 헬멧을 쓰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준영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평소에 얼마나 사소한 것까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영은 "경기 때 헬멧을 쓰고 들어가기도 하고, 모자를 쓸 때랑 헬멧을 쓸 때 보는 시야도 달라지더라. 내가 땀이 많아서 모자를 쓰고 치면 많이 젖기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제는 헬멧을 쓰는 게 루틴이 됐다"고 답하며 웃었다.
두산은 남은 시즌 23경기에서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아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박준영이 지금처럼 경기마다 쏠쏠한 홈런과 타점을 올려준다면, 두산은 더더욱 탄력을 받고 올라갈 수 있다.
박준영은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시니까 기대에 부응하려 하고 있다. 아무리 못하더라도 기죽는 모습보다 삼진을 많이 먹더라도 내 스윙을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며 타석에서 꾸준히 힘을 보탤 수 있는 타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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