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대통령 불가론 [만물상]

배성규 논설위원 2023. 9. 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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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중국의 태평성대를 연 요(堯)임금은 16세에 왕위에 올라 89세까지 나라를 다스렸다. 선정(善政)으로 백성의 칭송을 받았지만 재위 70년을 넘기자 국정을 돌보기가 힘겨워졌다.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신하들도 무사안일에 빠졌다. 후계를 찾은 요임금은 젊고 능력과 덕망이 있는 순(舜)에게 섭정을 맡겼다. 순 임금은 100세 넘게까지 왕위에 있다 우(禹)에게 선위했다. 세 임금 모두 100세 안팎까지 재위했다. 물론 신화 시대 얘기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작년 96세로 사망할 때까지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71년간 왕위에 있었다. 태국 푸미폰 국왕도 2016년 사망 때 89세였다.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은 93세, 카무즈 반다 전 말라위 대통령은 96세까지 집권했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70대 후반 퇴임했다가 2018년 94세에 다시 총리에 올랐다.

▶현재 최고령 국가원수는 카메룬의 폴 비야 대통령으로 90세다.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187국 지도자 중 아홉째로 나이가 많다. 지도자 평균 나이는 62세인데 80대는 전체의 5%다. 흥미로운 건 권위주의 국가일수록 지도자의 나이가 많고(평균 69세), 자유민주 국가일수록 적다(58세)고 한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미 정가에서 ‘80대 대통령 불가론’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이 엉뚱한 말실수를 하거나 자주 넘어지는 등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86세까지 집권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대통령 나이를 75세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백악관은 “요즘 여든은 예전의 마흔 살과 같다”고 반박했다. 과거 나이에 0.7을 곱해야 요즘 나이라더니 이젠 반 토막 내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다.

▶미국 9대 해리슨 대통령은 당시 최고령인 68세에 취임했는데 급성 폐렴으로 한 달 만에 사망했다. 12대 테일러 대통령도 66세에 식중독으로 급사했다. 19세기 때 얘기다. 최근엔 미국 정가에 80대 리더가 늘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상당수다. 미국에선 80대에도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이 40년 전 11만여 명에서 작년 69만명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청년 못지 않은 인지·판단력을 가진 80대도 적잖다. 다만 국가 안보와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은 다를 수 있다. 미 국민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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