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 미래세대 꿈을 꺾으려는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쏟아지고 있다. 청소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내년도 국가예산 증가율을 20년 만에 가장 낮은 2.8%로 확정했다. 특히 정부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예산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보조금에 주로 의존해 왔던 청소년 분야는 엄청난 타격에 직면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 657조원 가운데 여성가족부 예산은 1조7153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26%가량이다. 청소년 정책 예산은 올해보다 6.9% 줄어든 2352억원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은 청소년 활동(38억원), 청소년 국제교류(128억원), 청소년 정책 참여활동(26억원), 성 인권교육(5억원) 등과 같은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정부의 내년 예산 편성 내역이 당혹스러운 것은 형평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소년 관련 예산을 전체적으로 줄이면서 위기 청소년 지원을 중심으로 개편했다. 극단적 선택·자해 등 고위기 청소년, 은둔 청소년, 취약계층 청소년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은 늘렸지만 청소년 활동 예산은 대폭 줄인 것이다. 청소년 활동 예산은 많은 청소년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는데 이게 송두리째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동아리·어울림 마당·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과 축제를 기획하고 참여하며 스스로 성장해나갔다.
청소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문화예술,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재능을 발굴하고 이를 발판으로 미래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말만 하는 사람보다 청소년 시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존감을 높였던 청소년들이 있었기에 K팝·K콘텐츠 등 한류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 아닌가. 한류가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원천적인 동력이 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 활동 예산은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들이 일체감을 갖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큰 힘이 됐다.
청소년 국제교류 사업도 소중하다. 국가 간 신뢰가 공고해야 교류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갑작스레 예산이 사라져 국제교류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상대국에 신뢰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단절된 국제교류를 회복하려면 2~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기에 청소년 국제교류 사업 예산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중앙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주면 지자체는 핵심 목표와 기능에 따라 지출하게 된다. 중앙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데 청소년 활동을 지원할 지자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청소년 활동 예산은 미래 사회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유지하더라도 청소년 활동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청소년 활동 예산을 복원시켜 청소년들이 미래의 꿈을 만들고, 재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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