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성소수자가 사라졌다
지난 14일 법무부로부터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 NAP) 수립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 참석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참석 신청서를 작성할 때 어떤 분과에 참석할 것인지 알려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총 16개 분과, 약 241개의 추진과제로 이뤄진 계획서만 보면 윤석열 정부가 인권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는 제4차 인권 NAP 초안에서 성소수자, 병력 관련 인권정책이 사라졌고, 국제사회에서 권고를 받아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마저 ‘국회 논의 시 합리적 의견 제시’라는 의미 없고 의지도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인권과제에 포함한 것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고 있고, 초대의 진정성마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메일을 보고 있자니, 간담회 참석 여부를 고민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든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인권증진과 보호를 위한 범국가적 종합계획으로서 5년 주기마다 수립하고 있으며, 인권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노력을 각 부처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면할 수 없는 정부의 과제이다. 특히 제4차 인권 NAP(2023~2027)는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의 범국가적 인권정책 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물론이거니와 인권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정책이 되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적 책무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제4차 인권 NAP 수립을 위해 100대 핵심과제를 대통령에게 권고했지만, 그 어떤 움직임도 있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시점에 국가인권위원장이 나서 재차 제정을 촉구했고,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한국 정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된 상태에서 제4차 인권 NAP를 수립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공청회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관련 2024년 예산은 줄줄이 삭감되고 있어, 과연 어떤 원칙을 갖고 제4차 인권 NAP를 수립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4차 인권 NAP 제정과정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은 삭제되고, 후퇴되고, 외면받는 인권의 현주소일 뿐이다. 인권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권고한 100대 핵심과제 중에서 성소수자 지원체계 강화, 군 내 성소수자 인권보장 방안 마련,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등은 최소한 포함되어야 한다. 성소수자가 사라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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