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지도자가 댐 무너뜨려” 민심 폭발...시신도 책임도 ‘일단 묻은’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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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뜻하시고 행할 뿐이다. 재해 앞에 '만약'이란 가정은 넣어 두라."
10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홍수와 댐 붕괴로 초토화된 리비아의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이 나흘 만에 내놓은 발언이다.
리비아가 석유 매장량 10위의 자원 부국임에도 댐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에도 "댐에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이 크다"고 리비아 세바대학이 경고했지만 무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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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위험' 노후 시설 방치...경보 운영도 엉망
집단 매장으로 역병 방지?..."봉쇄나 풀라" 비판
“하나님이 뜻하시고 행할 뿐이다. 재해 앞에 ‘만약’이란 가정은 넣어 두라.”
10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홍수와 댐 붕괴로 초토화된 리비아의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이 나흘 만에 내놓은 발언이다. 도시의 4분의 1이 급류에 쓸려나가고 집계된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돌파했지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나, 정부는 시신을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매장하는 등 책임 덮기에 급급하다. 이에 폭발한 민심은 "모든 공직자의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부패에 대한 불만, 대홍수 계기로 터졌다
16일 기준 유엔 추산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섰고 2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색과 구호작업은커녕 시신 수습도 더디다. 국가 리더십이 쪼개져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계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후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를 근거지 삼은 트리폴리 국민통합정부(GNA)로 갈라져 있다.
양측을 통할하는 리더십이 없는 가운데, 민병대를 거느린 소수의 권력자들은 토지와 석유 이권을 나눠 가졌다. 리비아가 석유 매장량 10위의 자원 부국임에도 댐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은 이유다. 무너진 댐 2개는 1970년대에 지어졌으며 2002년 이후 한 번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댐에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이 크다”고 리비아 세바대학이 경고했지만 무시당했다.
석유 개발로 낸 수익 대부분은 LNA 지도부 명의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가 민병대 관리 예산 등에 쓰였다. 대홍수 발생 지역인 데르나시를 통치하는 LNA는 그러나 “초대형 자연재해를 어떻게 막느냐. 이런 일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합정부 구성은 번번이 무산됐다. 2021년 정부 구성을 위한 투표일이 잡히고 유권자 등록까지 마쳤지만, LNA와 GNA의 갈등 때문에 선거가 실시되지 않았다. 리비아 언론 리비아헤럴드는 “두 세력 모두 민주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석유 개발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어 세금이 필요 없고 (투표로) 현재 권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언론인 칼릴 알 하시는 “이번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이 ‘모든 관리들이 책임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홍수 수습할 리더십이 없다
영국 BBC방송은 무정부 상태 탓에 재난 경보 시스템이 사실상 없었다고 짚었다. 폭우가 내린 9일 이후 LNA 관계자들은 TV에 출연해 “시민들은 섣불리 대피하지 말고 집 안에 머물라”고 지시했다며 생존자들이 증언했다.
LNA는 굴착기를 동원해 시신을 찾아내자마자 집단 매장하거나 화장하고 있다. 신원 확인이나 사진 촬영도 없이 매장된 시신이 1,000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LNA는 시신 부패에 따른 전염병 발생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천 인근에서 시신이 썩어 식수가 오염되지 않는 한 전염병을 일으킬 확률은 거의 전혀 없다”며 인도적인 시신 처리를 촉구했다. 또 피해 지역을 봉쇄해 국제 구호 단체 접근을 막은 조치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리비아는 열악한 치안 상황, 테러 위험 등 때문에 많은 국가가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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