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엔 무용론… ‘훼방꾼’ 러 퇴출 목소리

이지안 2023. 9. 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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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차 유엔총회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이 속속 뉴욕 유엔본부로 모여들고 있지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정면 도전한 최근의 북한과 러시아 사이 무기 거래 가능성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유엔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 간 무기거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를 제재하려면 또다시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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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무기거래 가능성… 결의 위반
안보리 만장일치제 개혁 필요성

제78차 유엔총회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이 속속 뉴욕 유엔본부로 모여들고 있지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정면 도전한 최근의 북한과 러시아 사이 무기 거래 가능성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유엔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정학적 갈등을 해결하는 중심 기구였던 유엔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글로벌 정치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세계 평화와 안전 보장을 수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안보리가 최근 몇 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며 존재 이유를 잃어간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아프리카 내 연이은 쿠데타 문제에서 안보리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안보리는 러시아에 대한 어떠한 제재 결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매번 무적의 ‘셀프’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하며 훼방을 놨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쿠데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과 러시아가 ‘내정 간섭 불가론’을 내세우며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는 탓에 유엔의 적극적 개입이 어렵다. 러시아는 심지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아프리카에 들어선 군부 정권과 밀착하고 있다.

통신은 지난 7월 말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언급하며 “과거 같았으면 유엔이 전면에 나섰을 사안이지만 개입하지 못하는 무력함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러간 무기거래 정황까지 드러나며 안보리를 망치는 ‘악당’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국 간 무기거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를 제재하려면 또다시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퇴출은 쉽지 않다. 상임이사국을 퇴출하는 절차 자체가 유엔 헌장에 존재하지 않으며, 헌장을 고치기 위해서도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만장일치 원칙을 폐기하는 방식 등의 개혁안이 거론된다.

안보리에 대한 신뢰를 잃은 많은 국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개발도상국) 국가의 한 외교관은 “유엔을 지배하는 국가들이 (안보리) 개혁에 계속 저항한다면 글로벌 사우스는 중국의 제안 등을 포함해 유엔 외부에서 선택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중국은 서방 주도 국제 질서의 대항마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올해 총회에서 상임이사국 5개 나라 중 미국 정상만 19일 유일하게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일반 토의에 참석하는 대목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혼자 토의에 참석하는 게 유엔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제적 반감이 큰 러시아와 중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국과 프랑스가 유엔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유엔본부가 미국에 있어 참가하는 것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할 행보는 아니라는 말도 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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