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만져보고... 김정은, 러 전략무기 다 보고 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6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H-47)’ 등 러시아군의 주요 전략 무기를 시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수뇌부가 미 전략 자산을 시찰하며 결속해 온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집권 후 최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북·러 유대와 군사 협력 의지를 과시한 김정은은 17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노동신문을 보면 김정은은 16일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에 도착해 쇼이구 장관과 의장대 환영을 받은 뒤 러시아군을 사열했다. 김정은은 직접 손을 들어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킨잘 미사일을 만져보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투폴레프 폭격기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찾은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에서도 대함미사일 ‘우란’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칼리브르’ 등을 살펴보고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의 해설을 들었다. 김정은은 방명록에 ‘정의와 평화를 지켜낸 승리의 항적은 영원할 것’이라 적었다.
킨잘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사일로 최고 시속이 음속의 10배 이상인 약 1만2000km에 달하고, 우크라이나 공습에도 일부 활용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한 전략 폭격기 기종의 항속거리에 대해 부연하며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돌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한미 군 순뇌부를 의식한 행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미 국방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던 지난해 11월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군의 3대 전략 폭격기 중 B-1B·B-52 작전 운용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 그해 9월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열렸을 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B-52 날개 아래 핵탄두 탑재 부분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날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발레 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관람했고, 17일엔 극동연방대에서 북한 유학생 40여 명과 면담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대학은 김정은이 2019년 4월에도 찾은 곳으로 북한 김책공대·평양외국어대·김일성종합대와 교류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어 연해주 아쿠아리움을 찾아 바다코끼리 공연을 관람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김정은이 탑승한 열차가 17일 오후 러시아 극동 도시 아르툠 기차역을 떠났다”고 보도했는데 5박 6일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김정은이 이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나 10월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 정상 회의 등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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