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현장메모] 물웅덩이 수중전 만든 '미친 폭우', 종료 직후 끝...두 팀에 다르게 기억될 날씨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아산)] 경기장을 뒤덮은 폭우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쳤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이 변덕스러운 날씨를 양팀은 각각 다르게 기억할 것이다.
충남아산은 17일 오후 4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31라운드에서 FC안양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충남아산은 3연패를 끝냈다.
킥오프를 할 때만 해도 습도가 높긴 했으나 날은 맑았다. 그늘 아래에선 시원함까지 느껴졌다. 일기예보상으로도 소량의 소나기 말고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전반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폭우로 변했다. 올여름 지속적인 폭우로 인해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못한 이순신종합운동장은 갑작스레 내린 집중호우성 폭우로 더 심각해졌다.
지붕이 있는 쪽이 경기장 4면 중 본부석이 있는 한 면밖에 없고 그 마저도 2층만 보호가 돼 관중들이 대이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폭우는 계속 이어졌고 그라운드에 물이 고였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어 제대로 패스가 되지 않았다. 드리블도 불가했고 경합 상황에서도 공 위치를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비가 너무 내려 시야 확보가 안 돼 실수가 많아졌다.
폭우가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양팀 선수들은 일단 페널티 박스 쪽으로 롱패스를 올리고 일단 어떻게든 슈팅을 하는데 집중해야 했다. 난타전이 펼쳐졌다. 이미 전반에 3골이 나왔는데 후반 초반 2골이 더 터져 안양이 3-2로 리드를 잡고 있었다. 후반 물웅덩이가 생긴 이후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승부가 전개됐다.
웃은 건 충남아산이었다. 충남아산은 후반 45분 혼전 상황에서 박대훈이 슈팅을 한 게 골이 되며 동점에 성공했다. 1분 뒤 박성우가 걷어낸 게 땅을 맞고 뒤로 흘렀는데 박성수가 낙하 지점 포착에 실패해 그대로 골망으로 들어갔다. 경기는 충남아산의 대역전 드라마로 종료가 됐다.
사실 충남아산은 날씨와 인연이 없었다. 홈 경기 때마다 비가 와 어려움을 겪었다. 충남아산 관계자는 "홈 6경기 연속 비가 오고 있다. 충남아산에서 일한 이래로 이렇게 경기를 할 때마다 비가 오는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역전승에 미소가 가득했다. 다른 충남아산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경기 종료 후 비는 그쳤고 날씨는 맑아졌다. 폭우로 인해 앞도 잘 보였는데 화창해졌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아닌 맑은 하늘이 나타나자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실소를 했다.
이우형 감독은 오늘 날씨를 두고 "선수 때는 이런 날씨 속에서 해본 적이 있는데 지도자가 되어 성인 팀을 맡고 나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팀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하고 실수에 대해 강한 질타를 했다.
박동혁 감독은 "내 축구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폭우가 쏟아지는 경기를 처음 해봤다.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4-3으로 이기면서 축구 인생에서 처음이다"고 기쁨을 표했다.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이우형 감독과 박동혁 감독은 미친 폭우 속에서 서로 다른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며 경기를 끝냈다. 극장골 주인공 박성우는 "비가 너무 오고 그라운드 사정도 안 좋아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 그러다 보니 문전에 쉽게 붙일 수 있는 롱패스를 선택했는데 하늘이 돕고 운이 따랐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고 "주인공이었던 기억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팀을 위해서 뛰고 헌신하던 선수였다. 그래도 축구선수라면 꿈이 있다. 경기의 주인공이 돼서 인터뷰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했다. 그 꿈이 현실이 됐다. 그게 오늘이었다. 너무 기쁘다"고 하며 감격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두 팀 팬들에게, 선수들에게, 또 감독들에게 서로 다르게 기억될 2023년 9월 17일의 변덕스러운 날씨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