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일 美 FOMC… "금리동결 확률 98%"
'중립 금리' 논쟁 다시 수면위로
오는 19~20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추가 인상 여부의 판단을 11월 FOMC로 미루며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지만 지난 7월의 25bp(1bp=0.01%포인트) 인상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0%대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6개월 만에 상단 기준 연 5.5%에 이른다.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하지만 연준은 여전히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불확실성의 불씨는 다시 지펴졌다. 금리 인상이 이대로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중립금리'에 있다. 17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의 98%가 연준이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5bp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시장 참가자는 2.0%에 불과했다.
연준의 정책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들이 9월 동결 전망에 더 힘을 실었다. 연준의 '듀얼 맨데이트(Dual mandate)'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상승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금리동결을 점치는 트레이더들은 CPI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8일(92%)보다 더 올랐다. 지난해 6월 9.1%를 기록하며 40여년래 최고치를 찍은 CPI는 올해 6월과 7월 연율 기준 3.0%와 3.2%를 기록하며 점차 둔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9월1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은 3.8%로 상승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FOMC에서 연준이 9월 FOMC까지 두 달간의 지표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던 만큼, 8월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또한 완만한 둔화세라는 점은 금리 동결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 9월 FOMC에서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의 기준금리가 이번 금리 인상 국면의 최종 금리 수준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의 기회비용 대비 효익이 크지 않을 것이기에 동결에 의한 점진적 개선에도 충분히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성장률 전망과 힘께 '중립 금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알 스타(R*)'라고도 불리는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룰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낮으면 완화적, 높으면 긴축적인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중립금리는 지난 8월 잭슨홀 미팅 전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향후 10년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7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최근 장기 금리 상승과 함께 중립 금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장기물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2.5%)뿐만 아니라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기대 단기 실질 중립 금리(1.5~2.0%)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현재 중립 금리는 연 2.5%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이를 상회하는 기준금리를 통해 물가를 억누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은 둔화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연 2.0%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기준금리가 2020년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립 금리 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립 금리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 기준금리를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향하면 다시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기 중립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연준이 현 수준 금리만 유지해도 긴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대급' 긴축의 효과가 드러나면서 금리 인하 시기도 조심스럽게 제시됐다.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가에서는 연준이 과한 긴축으로 경기를 위축시키는 '오버킬'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면담한 후 낸 최근 보고서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이나 향후 연준 금리 인상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실물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현재 금리 인상 파장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실물경제를 지켜봐야 한다. 내년 큰 폭 수준은 아니더라도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과거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 이후 8~9개월 뒤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1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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