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LIVE] "난 주인공이 아니었는데..." 역대급 대역전승 주인공 박성우의 눈물 섞인 인터뷰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아산)] "전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항상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늘이 도운 골이자 승리인 것 같아요."
충남아산은 17일 오후 4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31라운드에서 FC안양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충남아산은 3연패를 끝냈다.
문성우에게 선제 실점을 한 충남아산은 전반에만 2골을 터트렸다. 김강국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반 27분 박성우가 만든 프리킥을 키커로 나선 김강국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강민규가 역전골을 기록했다. 전반 39분 이학민의 환상 패스를 침투하던 강민규가 잡아낸 뒤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 경기가 뒤집혔다. 후반 4분 프리킥 키커로 나선 주현우가 득점을 기록하면서 2-2가 됐다. 충남아산은 안양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공격 전개를 하지 못했다. 홍창범이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10분 영리한 슈팅으로 골을 터트리면서 다시 안양이 앞서갔다.
충남아산이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폭우 속 정상 경기 운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후반 45분 박대훈이 득점을 했고 후반 추가시간 1분 박성우가 걷어낸 게 그대로 뒤로 흐르며 득점이 됐다. 역대급 악천후 속 치러진 대난타전의 주인공이 박성우가 되는 순간이었다. 경기는 충남아산의 4-3 대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충남아산 관계자는 박성우가 득점 후 오열을 했다고 전했다. 박성우는 전주대를 나와 2018년 서울 이랜드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 입성했는데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고 지난해에 충남아산에 왔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뛰었다. 활동량이 많고 적극적이며 좌우 풀백을 모두 볼 수 있어 활용성이 있었다.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하며 팀에 헌신하던 박성우에게 비를 쏟아내던 하늘은 선물과 같은 득점을 선사했다. 박성우는 올해 말에 결혼까지 앞두고 있어서 이번 득점은 의미를 더했다. 믹스트존 인터뷰에 나선 박성우는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성우 믹스트존 인터뷰 일문일답]
- 득점할 때 찬 게 슈팅이었나, 걷어낸 거였나?
걷어낸 거다. 비가 너무 오고 그라운드 사정도 안 좋아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 그러다 보니 문전에 쉽게 붙일 수 있는 롱패스를 선택했는데 하늘이 돕고 운이 따랐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 공을 찬 다음에 그 이후 상황을 바라봤을 때 느낀 심정이 궁금하다.
길게 걷어내서 우리 팀한테 가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쉬워서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벤치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알고 보니까 골이 된 것이다. 다 좋아하니까 나도 모르게 벤치로 갔다.
- 박동혁 감독이 한 이야기는?
두 달 동안 득점도 없고 3연패였다. 코칭 스태프, 감독님, 선수단 모두 힘들었다. 사기도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떨어졌다. 그래서 2주간 이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혹독하게 훈련을 했고 이기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렇다 보니 역전의 역전이 나왔다. 그런 준비 과정이 있어서 하늘이 도운 것 같다.
-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될 줄 알았나.
주인공이었던 기억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팀을 위해서 뛰고 헌신하던 선수였다. 그래도 축구선수라면 꿈이 있다. 경기의 주인공이 돼서 인터뷰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했다. 그 꿈이 현실이 됐다. 그게 오늘이었다. 너무 기쁘다.
- 리플레이를 보면 무슨 기분이 들 것 같나.
실감이 안 날 것 같다. 그리고 (득점 후에)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났다. 작년에는 우리 팀이 상승세를 탔고 나도 충남아산에 이적을 해서 좋았다. 올 시즌 기대가 컸는데 성적도 저조했고 나도 많이 부족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 시간이 힘들었는데 잘 준비했다.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가족들과 올해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 여자친구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 오열을 했다고 들었는데 심정이 어땠나.
눈물도 나고 진짜 행복해서 웃음도 났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이런 순간이 내게 오는 게 꿈만 같았다. 생각했던 게 이뤄지니까 정말 행복했다. 왜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오늘로서 많이 느꼈다.
- 본인에겐 인생 경기인데, 실점을 허용한 골키퍼에겐 잊고 싶은 경기가 됐다.
같은 축구선수로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감정은 있다. 그래도 난 충남아산 선수고 팀 승리를 위해서 사활을 걸었다. 승패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프로 선수로서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겠다.
-인생경기인가?
충남아산에서 와서 행복했다. 프로 생활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빛을 좀 못 발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힘들었다. 오늘 인생경기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겨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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