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말한다] 로봇테스트필드는 로봇산업 이정표
지난 8월, 국가 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재수 끝에 통과되었다. 지난 도전으로부터 1년이 지체되었지만, 그만큼 더 탄탄한 기획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기획 과정에서 로봇 업계가 정말로 요구하는 바를 알게 되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사업 진행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은 총 사업비 2000억 원에 달한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추진할 대형 국책사업이다. 실제 환경 기반의 서비스 로봇 테스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로봇 제품의 안전성, 성능평가 기술개발, 실증지원을 목적으로 대구 지역에 조성하고 국책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로봇 기업은 테스트필드의 예타 통과 발표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영세한 기업이 많은 로봇산업계의 특성상, 새로운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도 규제나 안전 문제로 인해 로봇을 직접 활용하면서 성능을 검증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봇기업의 75%가 수요처로부터 실증 데이터를 요구 받았고, 50%는 실증 데이터가 없어서 계약 성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 시장의 로봇 제품들도 이렇게 실증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신기술이 접목될수록 실증 데이터 요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서비스로봇의 상용화 비즈니즈 실증은 현재 규제로 인해 샌드박스 규제특구 지역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는 정부 차원에서 로봇기업을 위해 만든 종합체육관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을 마음껏 실증해보고, 이 실증을 통해 발생한 데이터를 모아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다.
특히 이번 로봇테스트필드는 국내 로봇산업을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로봇 실증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그간, 국내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시기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2017년 조성된 로봇산업 클러스터는 2010년에 조성된 '생활지원로봇 안전검증센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는 무려 7년이라는 격차다. 이 결과 일본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로봇의 표준을 주도했고, 2014년에는 ISO 13482의 표준을 제정하면서 자국의 로봇기업에 최초로 인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는 대한민국 로봇 기업이 글로벌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 투자가 될 것이다. 그동안 실증이라는 용어가 인프라 사업에 일부 사용되기는 했지만, 로봇기업이 요구하는 만큼을 충족해주지는 못했다.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는 실제 환경과 같은 공간에서 신기술·신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다양하고 유용한 데이터를 기업에 전달하게 된다. 기업들은 이런 실증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관점에서의 서비스, 개발자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바로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2000억 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확장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의 '국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서 수익형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랩'으로서의 기능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내 로봇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 시장 창출을 위한 협력적 상생의 로봇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로봇은 이제 성장하는 새로운 산업인 만큼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재이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도 너나할 것 없이 유망한 로봇 기업에 투자를 하고, 직접 로봇 기업을 설립하는 데 분주한 모습은 이제 곧 개화를 앞둔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방증이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이 서비스로봇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국가 로봇테스트필드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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