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감당할수 있겠습니까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성장에 수요 폭증 "2050년엔 200GW"
"매년 원전 2기 용량씩 늘어"…설비 증가 속도는 한참 못 미쳐
◆ 전력이 국력이다 ◆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급성장 속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시간대의 최대 전력 사용량을 나타내는 '전력 총수요(Peak demand)'는 지난 8월 이미 사상 처음으로 100GW(기가와트)를 돌파했다.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요량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전력 설비는 계획보다 더디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신산업 발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철 전력 총수요는 100.8GW(8월 7일 추계치)를 기록하며 최초로 100GW를 넘어섰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7%, 3년 전에 비하면 무려 13.1% 늘어난 것이다. 관련기사 A3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총수요는 3년 뒤인 2026년 110GW를 돌파한 뒤 2028년 115.3GW에 이어 2036년엔 135GW에 이를 전망이다. 2036년까지 연평균 2.8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이는 최근 운영 허가를 받은 신한울 2호기(1.4GW급) 2기분과 맞먹는 전력량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전력 총수요가 200GW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반도체·AI·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전력 수요 증가량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조성이 완료되는 2050년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도 발전 설비 용량을 지난해 114.9GW에서 2036년 144.5GW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문제는 기울기의 편차다. 지난해와 2036년의 전력 총수요와 발전 설비 용량 증가율을 비교하면 각각 40.9%, 25.7%다. 설비 용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전력 총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 차질 등으로 탈원전 폐기 작업이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거나 한국전력 재무 악화 등으로 송배전 개선 사업이 더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발전 설비 증설과 동시에 기업들의 전력 효율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어 전력 수급 정책도 기존 예상보다 (수요량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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