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 무방비' 러시아 유조선, 북극해 활개 비상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9. 17.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쇄빙 장비 못 갖춘 선박
비용 줄이려 무리한 운항
기름유출 사고 우려 제기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북극해 항로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에 '환경 재앙 주의보'가 내려졌다. 러시아가 이 과정에서 빙산 등과의 충돌에 견딜 수 있는 '아이스클래스(Ice-class)'급 유조선이 아닌 재래식 유조선을 투입함에 따라 이 선박이 침몰하면 기름 유출 등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유조선 '레오니드 로자'호와 'NS 브라보'호를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출항시켰다. 최대 100만배럴 규모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이들 유조선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NSR)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이번에 출항을 승인한 유조선들이 빙산 충돌 등에 취약해 북극해 항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돌을 견딜 수 없는 얇은 선체로 만들어진 이들 유조선이 북극해 한가운데에서 침몰하면 기름 유출 등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다소 높아지는 9~10월에는 빙산이 녹아 이론적으로는 재래식 유조선도 북극해를 항해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그린피스 소속 찰리 크로닉은 "해빙 경로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아이스클래스급이 아닌 유조선을 북극해 항로에 투입시키면 사고 가능성과 위험도가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서방에 의해 원유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서는 북극해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해당 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가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북부 프리모르스크 항구에서 기존 항로인 수에즈운하를 통해 중국으로 가면 약 45일이 걸리지만,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여기에서 10일 가까이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한 번 항해하는 데 연료를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 절약할 수 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발전 기업 로사톰은 "항해 기술과 환경이 과거보다 대폭 개선된 만큼 여름과 가을에는 재래식 유조선도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