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장·폐암 신약 앞세워 매출 4조 도전
2026년 글로벌 톱50 제약사 목표
렉라자 이어 알레르기 혁신신약 기대
음성 2공장 내년 착공…제조품질 끌어올려
글로벌 제약사에 원료·의약품 공급
의료기·동물의약품 신사업도 공들여
◆ 톡톡! 경영인 ◆
"충북 음성에 신공장을 세워 QC(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제조시설에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눈높이에 맞춰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비이기도 합니다."
유한양행은 최근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제약사로 꼽힌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쓰이던 '렉라자'가 지난 6월 말 1차 치료제로 확대 허가를 받으면서다. 한 발 더 나아가 유한양행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전까지 환자들에게 약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박수를 받았다.
국산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뜰 법도 하지만 유한양행은 차분하게 '렉라자 그다음'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렉라자 개발 과정에서 얀센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체감한 글로벌 제약산업의 높은 기준치가 유한양행의 차기 플랜에 큰 영향을 줬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본사에서 진행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해당 의약품의 제조시설이 어디인지 받드시 묻고, 이를 바꾸려면 별도의 변경허가를 받도록 한다"며 설비 확장에 나서는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염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 의약품 제조 공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품종 생산 방식을 굉장히 꺼린다"며 "렉라자를 기존 오창공장이 아닌 인근의 별도 시설에서 생산하는 것도 렉라자의 글로벌화에 대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후 영업 담당부서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영업통'이다. 2021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년여를 넘기면서 '조욱제표' 숙원 과제들이 서서히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제조시설 확충도 그중 하나다. 현재 유한양행은 충북 음성과 기존 공장이 위치한 오창 등 두 지역에 신규 공장 용지를 확보한 상태다. 음성 용산산업단지 내 3만3000여 ㎡ 용지에 세울 예정인 신공장에는 600억원가량을 투입한다.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완공이 목표다. 공장 신설과 동시에 기존 공장의 노후화된 설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나선다.
그간 시설 부족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외주를 주던 일부 의약품을 직접 생산해 품질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조 대표의 구상이다.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원료·완제품 공급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이기도 하다.
연구개발(R&D)은 조 대표가 그리는 유한양행의 핵심 축이다. 렉라자의 성공 이후 제2, 3의 렉라자를 향한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조 대표는 유한양행의 최고 기대주로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를 꼽았다. YH35324는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 제품이 노바티스의 '졸레어'밖에 없어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졸레어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액이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조 대표는 "현재 임상 1상 중임에도 빅파마들의 관심이 높다"며 "알레르기뿐 아니라 아토피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는 등 수요에 맞춰 개발을 지속해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위고비, 삭센다가 연달아 홈런을 친 비만치료제 시장에도 뛰어든 상태다.
다만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 'YH34160'은 노바티스가 최근 '효능 부족'을 이유로 개발 중단을 선언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과 동일한 GFD-15 수용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더불어 우려가 공존한다.
조 대표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해당 물질의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해 둔 상태"라며 "향후 적응증을 바꿔 연구를 지속할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신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취임 직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등 신사업에 공을 들여온 조 대표는 최근 신사업 전략을 손보고 다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은 시장의 대세가 된 개별인정형 원료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여성 질건강 유산균 '엘레나', 혈당 기능성 유산균 '당큐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의료기기, 동물의약품 등 신사업 관련 매출이 수년 내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2조원 클럽 입성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취임 당시 조 대표가 제시한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 매출 4조원' 달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는 "세계 50위권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혁신 신약 2개는 갖고 있어야 한다"며 "렉라자와 더불어 글로벌 매출 1조원 이상을 이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한 기업과 정부 차원의 노력도 당부했다. 조 대표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기업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R&D 투자 비용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 간에 신약 개발을 위한 협업 관계도 지금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욱제 대표
△1955년생 △고려대 농화학과 졸업 △1987년 유한양행 입사 △2014년 유한양행 마케팅 담당 전무 △2019년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2021년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김지희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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