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늘리고 보증완화…우량 건설현장 '돈맥경화' 풀어야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9.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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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뒤 집값 급등설 나오는데…추석전 나올 '공급대책' 주목
올 상반기 착공물량 51% 급감
택지조성부터 착공·분양까지
주택공급 순환단계 모조리 막혀
침체기 도입 '토지재매입'으로
고금리에 개발 못한 땅 풀어야
부동산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도 대안

◆ 주택공급 대책 초읽기 ◆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조합은 오는 23일 시공사인 삼성물산·DL이앤씨 공동사업단과의 계약 해지 여부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북아현2구역 전경. 이승환 기자

A시행사는 파주, 대전 등에 보유 중인 10여 개 택지 공사 시기를 최근 내년 이후로 미뤘다. 하지만 내년에도 실제로 착공할지는 불투명하다. A시행사 관계자는 "작년 초만 해도 4%였던 대출이자 금리가 지금은 7~8%이고, 소형 시행사는 12~13%까지 나온다"며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 업계는 최근 주택 공급을 '3중'으로 꽉 막힌 상황이라고 말한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이 전년과 비교해 모두 떨어졌다는 것이다. 2~3년 후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분양과 2~3년 후 공사 시작으로 연결되는 인허가가 함께 줄어든다는 얘기는 2025년부터 꽤 오랜 기간 공급난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2%, 50.9% 감소했다. 분양은 43%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전에 발표될 공급 대책이 '택지 조성→착공→분양'에 이르는 주택공급 순환 단계를 따져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개 주택공급 대책은 심한 불황 때 등장하는 만큼 양도세 면제 등 수요 진작 방안이 동반된다. 하지만 지금은 불황이 아니라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수요를 자극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결국 공급 과정에서 막힌 단계가 어디인지 파악한 후 뚫어주고 수요 자극 방안 중 쓸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한 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사 진행 단계 중 착공이 가장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높은 금리와 불투명한 경기 등을 이유로 땅은 갖고 있지만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시행사와 건설업체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정부도 '건설사 PF 사업의 유동성 지원'을 핵심 대책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생(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기존 1조원 규모에서 '1조원+α'로 증액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시중은행이 각각 2000억원씩 출자했는데 은행 지원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보증 심사 기준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보증 시 요구하는 건설사들의 연대보증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부동산 개발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택지 공급 방식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택지 건설은 입찰 등을 통해 사들인 땅을 시행사가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 대출을 감당한 후 사업이 끝나면 되갚는 구조다. 하지만 사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택지 조성에서 착공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이 있는 사업장은 재무 상태가 좋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교통부가 검토 중인 공공택지 전매 일부 허용 방안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땅부터 개발을 빨리 촉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토지리턴제'를 다시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리턴제는 토지를 사들인 매수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요청하면 계약금을 포함한 수납 원금을 돌려주는 토지판매제도다. 토지 개발을 촉진할 수 있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 특정 시기에 운용과 중단이 반복돼왔다.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책도 고려할 만하다. 세금 등 측면에서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다. 건설 측면에서는 현재 전용 120㎡까지만 허용되는 오피스텔 바닥 난방 규제를 추가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국토부는 이들 방안이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고심 중이다. 청약시장 훈풍 등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의 자금 조달 측면에 초점을 맞추자는 국토부 내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비주택 규제는 아파트 규제 풍선 효과가 우려된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을 전후해 생겼기 때문에 지금 경기 상황에서는 풀어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아파트 수요를 일부 흡수하고 공급 효과도 빠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투기가 우려된다면 일정 면적 이하만 규제를 풀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주택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등 법안의 국회 통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개발 이익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부담금 면제 금액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부과 구간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는 재초환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쳐 1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정부는 면제 금액은 1억원으로 유지하되, 부과 구간을 7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낮추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주택공급 대책 말고, 이미 제시됐는데도 시행하지 못하는 공급 촉진 대책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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