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부풀렸나···IPO대어 14곳 중 5곳 주가 반토막 [시그널]
'시총 1조' 입성후 줄줄이 하락
9개사도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크래프톤 가치 등 고평가 논란
전문가 "적절성 판단 본인 책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 원을 넘기며 기업공개(IPO) 시장서 ‘대어’로 기대감을 모은 기업들 3곳 중 1곳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던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으로 상장한 기업 14개사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곳은 9개사로 집계됐다.
공모가 대비 15일 현재 손실률이 50%를 넘은 곳도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75.98%), 크래프톤(259960)(-68.47%),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63.19%), 케이카(381970)(-54.32%), 롯데렌탈(089860)(-53.81%) 등 5개사나 됐다. 이들은 주로 2021년 하반기 증시에 입성했는데 2021년 7월1일 3282.06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601.28로 약 20.7% 내렸다. 주가지수와 비교해도 낙폭이 큰 셈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같은 해 7월 공모가 5만 2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체외진단 전문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시가총액이 한때 9조 7820억 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1조 554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하반기 나란히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페이(377300)와 카카오뱅크(323410)의 공모가 대비 손실률도 각각 48.28%, 33.21%다. HD현대중공업(329180)(114.33%), LG에너지솔루션(373220)(71.33%), SK바이오팜(326030)(86.33%)을 포함해 5개 종목만 현재 주가가 공모가 보다 높았다.
14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5.75%였다. 주가 변동성이 큰 새내기주 특성상 상장 직후 단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에 돌리고 있다. 증권사는 IPO를 준비하는 기업을 실사해 정확한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같은 공시 서류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상장 기업의 가치를 부풀려 시장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논리다. 지난달 코스닥 ‘대어’였던 파두(440110)가 상장 직후 일시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을 때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을 성토하는 게시 글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적정 공모가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유사기업(피어) 그룹에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상장 준비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 개발로 이름을 알린 크래프톤은 최초 증권신고서에 주가수익비율(PER)이 88.8배에 달했던 월트디즈니를 피어 그룹에 포함해 고평가 논란을 자초했다. 카카오페이도 비슷한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청 받기까지 했다. 이들 기업이 최종 신고서 제출 때 적절성 논란이 일었던 기업들을 피어 그룹에서 제외하긴 했지만, 상장 준비 기업의 미래 실적을 지나치게 낙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여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모가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따라 결정되며 해당 공모가의 적절성 여부는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IPO 시장에서 ‘따따블(상장일 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것)’ 같은 용어가 유행하며 공모주를 무위험자산처럼 여기는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후 주가는 경영 활동이나 증시 상황에 따라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며 “공모가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투자자 본인이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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