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韓공장 설립에 전액 지원 '파격'
수소전지·바이오·체외진단 등
첨단 제조업 클러스터 조성에
국내 중소기업 17곳 참여 확정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키로
법인세 인하·관세면제 혜택도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가온셀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제산업단지회사(SIIVC)로부터 통신중계기 백업전원용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DMFC) 시스템을 사우디 현지에 시범 적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백업전원용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친환경 발전 솔루션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과는 다르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 기후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연료만 공급하면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가온셀은 다음달 사우디 남서부 경제도시 자잔에 조성되는 '사우디·한국 산업단지'에 입주한다. 가온셀은 사우디 현지에서 1만4000대 규모의 통신중계기 백업전원용 DMFC 시스템을 공급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국내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최근 SIIVC와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마쳤다. 가온셀과 함께 다음달 자잔에서 생산 용지 확보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설비 구축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측은 현장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미코바이오메드의 현장 진단(POCT) 기술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진단은 빠르게 결과를 제공하고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며 주기적인 관리와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환자의 건강 개선과 의료 서비스 품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한국 산업단지 프로젝트(SKIV)' 참여가 확정된 한국의 중소기업 면면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정보기술(IT)·디지털, 경·중공업 등 분야에서 각각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측은 한국의 첨단 제조 기반 중소기업들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세계적·독보적 기술력으로 사우디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한국 산업단지 조성 지역은 당초 거론됐던 얀부 공단 대신 자잔 경제특구로 변경됐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지난 5월 자잔을 비롯해 리야드, 라스 알카이르, 킹 압둘라 경제도시 등 4개 경제특구를 새롭게 지정했다. 이 가운데 자잔은 실크로드 항만 중 하나로 중동 전 지역과 아프리카로 물류를 수출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에는 법인세, 기계류와 원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 외국인 기업 지분 100% 보유 인정, 외국인 노동력 고용 규제 완화 등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첨단 제조업 중심의 경제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인 민간 부문 비율을 65%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는 "경제특구 신설은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통한 경제 다각화 및 자국민 고용 기회 창출과 함께 역내 경제 중심지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보다 기업 입지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SIIVC는 사우디자잔왕실협회와 공식 협약을 맺고 SKIV를 추진하고 있다. SKIV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석유 중심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프로젝트 '비전 2030 프로젝트' 중 하나다. SKIV에 참여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합작법인 형태로 사우디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고용 등 대가로 JV에서 고정 지분 20%를 보장받는 구조다.
SIIVC는 사우디산업개발펀드(SIDF)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산단 내 공장 설립과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SKIV에 참여하는 국내 17곳의 중소기업이 SIDF에서 받는 지원은 기업별로 최대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자잔이 경제특구로 지정된 만큼 법인세 인하와 관세 면제 등 혜택도 주어진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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