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장 해외 일정’인 방러 마치고 17일 귀국길

박은경 기자 2023. 9. 17. 17: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사 밀착 위주였지만 후반부엔 교육·문화 행보
최소 5박6일 러시아 머물러 ‘최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5박6일 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 김 위원장 취임 뒤 역대 최장 해외 방문인 이번 일정은 우주·군사 분야에 집중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수준의 북·러 군사밀착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북·러 군사협력은 정의롭지 못한 협력”이라고 경고했다.

리아노보스티 등 현재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탄 전용 열차는 이날 오후 러시아 연해주 아르툠1 기차역에서 떠났다. 레드카펫이 깔린 임시 계단을 밟고 기차에 올라탄 김 위원장은 러시아 측 인사들에게 손을 흔든 뒤 경례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루스키섬에 위치한 FEFU를 방문해 보리스 코로베츠 총장과 만나 대학 비전과 과학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유학 중인 북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극동연방대에는 43명의 북한 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다. 이후 극동연방대 인근에 있는 연해주 아쿠아리움으로 이동해 바다코끼리 공연을 지켜봤다. 이날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만나 농업, 관광, 문화, 스포츠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방러 일정 마지막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정을 첨단 군사분야 시설 시찰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4년5개월 만에 회담한 장소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다.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우주 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극동 도시의 군사 관련 시설을 두루 돌았다. 지난 15일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러시아 주력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이 공장은 수호이(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과 함께 민간 항공기도 생산한다.

16일에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크네비치 군 비행장을 방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곳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 킨잘 미사일 시스템을 선보였다. 전략핵잠수함과 각종 수상함 등 최신 장비를 갖춘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마셜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에 탑승해 이 함정의 해상작전능력과 주요 무장장비, 전투 성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종합지휘실과 조타실 등을 둘러봤다.

16일 오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을 관람하기도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김 위원장이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김 위원장과 회담 전 양국 학생 교류 프로그램과 연해주 발레단의 북한 공연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사협력 뿐 아니라 양국 우호를 과시할 수 있는 문화교류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평양을 출발해 12일 러시아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이날까지 5박6일 동안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는 역대 최장 외국 방문 기록이다. 2018년 이후 시작된 김 위원장의 7차례 외국 방문 기간을 보면 짧게는 1박2일, 길면 4박5일간 현지 체류했다. 2018년 2, 3차 북·중 정상회담 때 각각 1박2일간 중국에 머물렀고,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베트남 체류 기간이 4박5일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군사 협력을 포함한 북·러 간 밀착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를 통해 북·러관계는 냉전 시대의 동맹을 넘어서는 전면적, 전략적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북·러 결속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이같은 대립이 선명해질 수 있다.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협력은 유엔(UN)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협력”이라며 “국제사회는 그러한 북·러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결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