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위기의 고려인삼 재탄생 방안은
더위가 그리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제법 선선하다. 어느덧 다음주에 추석이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 후보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아마 홍삼일 듯싶다. 인삼을 쪄서 말리는 홍삼은 그 과정에서 쓴맛이 덜해지고 성분이 농축된다. 이미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제조법이다. 소설 '상도'의 주인공이자 조선의 거상인 임상옥이 엄청난 부를 끌어모은 주요 수단이 바로 홍삼이었다. 우리나라 인삼 시장의 80%를 홍삼이 차지한다.
인삼이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건 아니다. 동남아, 동북아, 북미 등에서 자생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한반도에서 나는 인삼을 최고로 쳐서 고려인삼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나는 건 전칠삼,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에서 나는 건 화기삼이라고 한다. 전칠(田七)은 밭에서 7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다는 뜻이고, 화기(花旗)는 1800년대 미국이 중국으로 인삼을 수출할 때 성조기가 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남아 인삼과 전칠삼은 염색체가 12쌍이어서 24쌍인 고려인삼, 화기삼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약용 작물인 고려인삼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인들의 인삼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은 쓴맛의 홍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사이 다양한 건강기능성 식의약품이 나오면서 어르신들도 굳이 홍삼을 고집하지 않는다.
인삼은 몸의 열을 올리는 작용이 있어서 열이 많은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인삼 연구자들은 잘못된 속설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최대 홍콩 인삼 시장에서 상인들이 고가의 고려인삼 대신에 화기삼이나 전칠삼을 대량 판매해 이익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퍼뜨린 얘기라는 것이다.
소비 감소는 인삼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판매가격이 하락하자 손해를 보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인삼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 이유다. 그 여파로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생산량도 줄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인삼 농가 수는 1만8236가구로 10년 새 23%가 줄었고,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1만4734㏊와 2만2020t으로 9%와 15%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홍삼 재고다. KGC인삼공사의 작년 말 재고는 1조16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매출액 1조30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농협중앙회와 전국 11개 인삼농협에서 자체 보유한 재고까지 감안하면 최소 1조50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다행히도 인삼 수출은 2억6970만달러로 10년 새 80% 가까이 늘었지만 홍삼 제품이 아닌 원료삼 자체 수출은 거의 그대로다. 홍삼 제품에 들어간 원료삼 함유 비율은 제각각이어서 농가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인삼 수요를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인삼을 이대로 두는 것은 우리의 직무유기다.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매일경제가 민·관·학 공동으로 '대한민국 인삼 콘퍼런스'를 19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하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후원으로 인삼의 고장 금산군과 KGC인삼공사, 그리고 서울대와 함께 고려인삼 재도약 방안을 모색한다. 매경 애그테크혁신센터는 '1500년 고려인삼 재탄생'을 위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할 예정이다. 고려인삼 부활의 씨앗을 심어보자.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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