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친윤도 비윤도 아닌 정책 행보로 ‘호감도 1위’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한 정치·이념 발언을 배제하고 다수가 공감할만한 정책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가 준비하는 대중교통 통합 환승정기권에 ‘기후동행카드’란 이름을 붙여 관심을 모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주요 정치인 호감도 조사 1위를 기록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동조하지 않고, 그렇다고 윤 대통령에 대립각도 세우지 않는 무색무취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친윤석열계로도 비윤석열계로도 낙인찍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내색하지 않았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 정가를 뒤흔드는 이슈에서도 단발적으로 입장은 냈지만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난 4일 오랜만에 여의도를 찾은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대상 강연에서도 “당이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이념이나 정치 사안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는 국회에서 야당과 거듭 충돌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 대통령에게 거듭 날선 발언을 하는 유승민 전 의원, 사안에 따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다른 대선 잠룡들과 구별된다.
오 시장은 대신 진보 진영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최근 내놓은 기후동행카드가 대표적이다. 내년 1월부터 월 6만5000원에 서울의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기후동행’이란 이름은 현 정부에서 후퇴한 것으로 인식되는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인 이미지를 준다. 향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수도권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어낼 경우 여야 잠룡인 오 시장과 김 지사에서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이 밖에도 취약층에 더 주는 방식의 안심소득으로 기본소득의 대안을 내놓고, 손자를 돌보는 조부모에 수당 도입, 지하철 하차 후 10분 이내 재승차 시 요금 면제 등 정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준비 중인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시범사업은 외국인 인권침해 논란도 일었다.
오 시장은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주요 정치인 호감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35%로 1위를 기록했다. 한 장관(33%)과 홍 시장(30%), 김 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각각 29%), 원 장관(25%)을 앞섰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17일 통화에서 “여의도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니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평타’만 쳐도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다”며 “오 시장은 총선 전까지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다. (대선까지) 장기전으로 보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어중간한 위치에서 윤 대통령과 거리를 좁히지도 못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타이밍도 놓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당장 강성 친윤석열계에서는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오 시장을 배려할 명분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과 오 시장의 관계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대응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상당히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잼버리 조기 종료 시 오 시장이 서울시에 4만명 정도 수용할 곳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휴가 간 직원들이 돌아오는 등 비상 대응을 한 덕에 대통령실과의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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