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투명해야 젊은 인재 몰린다”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9. 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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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 지배구조 연구회장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MZ세대 불합리한 구조 못참아
투명한 의사결정체제 갖춰야
증시에서도 프리미엄 받을것
감사인지정제 회계투명성 높여

“거버넌스가 왜 중요하냐? 요즘 젊은 세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의사결정이 불합리하면 그 회사 안다닌다. 왜? 그런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는거다. 전후 복구 시대에 자라난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삼일PwC 제공>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즉 거버넌스가 상식에서 벗어날 경우 그 기업은 인재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단언했다. 오랜 기간 한국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몫을 부동산에 내줘야 했던 주식시장 디스카운트의 원인인 지배구조와 거버넌스의 문제가 앞으로는 젋은 인재의 유치라는 기업의 사활적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곽 명예교수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지난 2018년 정년퇴임한 뒤 현재 삼일PwC에서 지배구조와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조직인 지배구조선진화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경영학자로 한국경영학회 회장과 서울대 경영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삼일PwC에서 곽 명예교수를 만났다. 거버넌스로 통칭되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 일답.

- 거버넌스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 거버넌스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간명하게 표현하자면 견제와 균형이다. 적당한 수준의 분권화가 전제 되어야 한다.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어느 조직에나 적용되는 것이다.

선진화 라는 것은 결국 자유를 얻어내는 것이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제약, 즉 약속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버넌스 개선은 결국 조직 내부도 선진화하자는 이야기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배구조나 거버넌스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다.

▷ 서구하곤 사고방식이 달라서 그런 측면이 있다. 서구에는 왕권으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쟁취해내는 과정이 몇 백 년 동안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유교적, 가부장적 상하관계가 있다. 윗사람이 하는 것에 대해 존경을 한다. 아랫사람이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것을 배반으로 낙인을 찍는다. 그러니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합리성이 결여되기도 한다. 그래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저평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기업의 거버넌스가 그간 많이 개선된 것 아닌가?

▷ 거버넌스 개선은 어디가 한계라고 할 수가 없다. 진화다. 이정도면 된다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나아질 수록 좋은거고 우리나라도 현재 나아지는 과정에 있다.

- 기업들을 보면 실적 양극화가 너무 커져서 기업 전체를 놓고 일률적으로 거버넌스의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 시장에서 걸러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약속을 지켜가면서 제대로 돈버는 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다. 규제 때문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힘이 커져서 기업들이 스스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은 소액투자자들이 표를 모아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시장은 정확하다.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좋은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어야 좋은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 좋은 거버넌스에 대한 시장의 압력이 더 강해졌다는 말인가?

▷ 당연하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줄을 안서고 막 지하철로 달려들고 그랬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것을 못참는다. 중소기업에 젊은이들이 잘 안가려고 한다. 그게 단지 급여나 복지가 대기업에 비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중소기업엘 가면 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경영을 한다는 인식이 있는거다. 즉, 거버넌스가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대기업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이걸 젊은이들은 두고 보질 못한다. 우리땐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갔던 일들이다.

우리 세대가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개선 만큼은 해줘야 하는데, 젊은이들한테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상식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참지 않고 배운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우리나라도 사회 모든 조직의 거버넌스가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 회계나 재무제표는 거버넌스와 어떻게 연관될까?

▷ 회계를 재무제표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회계는 책임(accountability)이다. 보고책임과 설명책임이다. 채권자나 투자자들과의 약속 뿐 아니라 직원들과의 약속, 사회와의 약속을 잘 지키면서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회계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좋은 재무제표란 무엇일까? 어떤 수치도 진짜 참인지는 모른다. 아주 작은 수치라도 그것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가정과 추정이 들어간다. 우리가 믿는 것은 재무제표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만들도록 하는 기업 내부의 ‘제도’다. 이것이 바로 거버넌스다. 스스로 관리가 잘 돼서 공개된 가정과 전제하에 어떤 수치가 나왔다면 그것은 틀려도 괜찮은 수치다.

- 주기적 지정제는 어떤 효과를 냈을까?

▷ 자율수임을 하게 되면 감사인을 선임한 기업이 갑이 된다. 반대로 지정감사인이 붙으면 보은관계가 없으니 더 객관적으로 볼 것이다. 게다가 다음번에 누가 지정감사인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다음번 감사인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최선을 다해 감사를 해야 한다. 제도 설계를 통해 사람들의 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행태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 회계 분야에서 추가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 그간의 개혁은 충분히 강력한 조치들이었다. 문화가 잘 바뀌지 않으니까 제도적으로 강력한 조치들이 취해진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거대 회계법인 4개가 과점을 하고 있는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데, 유의미하게 경쟁할 수 있는 회계법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회계감사에 대한 보수를 낮추자고 경쟁을 붙이자는 말이 아니다. 감사품질을 위한 경쟁을 더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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