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갑자기 한덕수 해임건의 추진···당내선 자승자박 우려도

김윤나영·유정인·탁지영 기자 2023. 9. 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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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에 떠밀린 민주당, 검사 탄핵도 추진
이 대표 단식 17일 차 비상의원총회 개최
“오염수·홍범도 두고 도로 검찰개혁 이슈”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단식 17일 차인 16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비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자 ‘검찰독재에 맞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떠밀린 결과다. 당내에서는 해임건의·탄핵소추 남발이 되레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이 대표 단식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검찰독재에 맞서는 총력 투쟁을 선언한다”며 전면적 국정쇄신과 내각 총사퇴 요구를 포함한 결의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먼저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을 즉시 제출하기로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실 등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법안 관철을 위해 필요한 절차에 즉각 돌입하기로 했다.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한 탄핵절차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비리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결의안에서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수사, 야당탄압과 정적제거, 전 정권 죽이기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폭압에 맞서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세력과 함께 국민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로 18일 차에 접어든 이 대표 단식 상황과 맞물려 대정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인 검사 탄핵을 떠밀리듯 수용하는 모양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단식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것도 안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도 나왔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여론전에 시동을 걸었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제안하고 참여하라”는 글을 공유했다.

당내에서는 검사 탄핵이 되려 ‘야당 심판론’을 키우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국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홍범도 흉상 이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보궐선거 출마에 분노하고 있는데 다시 검찰개혁 이슈를 살리자는 꼴”이라며 “이 국면에서 갑자기 검사 탄핵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열린우리당 때 망한 방식이다. 우리가 열린우리당 때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 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을 추진했다가 민생을 안 챙겼다고 국민에게 심판당했지 않나”라고 말했다.

검사 탄핵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이 당내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결과밖에 안 된 것 같다”며 “지금 검사 탄핵을 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연결돼 이 대표 단식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두고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오송 참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이슈는 많았지만, 총리의 국정 실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골든타임’이 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애초 비상 의원총회가 의도했던 이 대표 단식의 출구전략도 못 찾고 있다. 당 최고위원들이 이날 이 대표 강제 입원을 위해 국회에 119 구급대원까지 불렀지만 이 대표는 계속 단식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겠다고 하니까 (이 대표가) 병원에 가더라도 단식을 끊지 않겠다고 한다”며 “의식을 잃으면 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쇼크 전 단계라고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 총리 해임건의안 추진을 ‘막장 정치’ ‘방탄용 요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막장 정치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명분 없는 (이 대표) 단식의 출구전략으로 내각 총사퇴를 들고나왔다”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피하겠다는 단식과 체포동의안 부결을 합리화하기 위한 의총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자신들의 당 대표 단식을 그만두라고 했더니 왜 뜬금없는 내각 총사퇴인가”라며 “망국적인 놀부 심보”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야당 대표의 단식장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사람들이 야당 대표의 단식을 ‘막장 투쟁’이라고 조롱하다니 인면수심”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결자해지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회가 가진 권한을 활용해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이번 주에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본회의 단독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도 밟기로 했다. 야당 단독 통과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 윤 대통령이 해임을 거부할 수 있다. 특검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 90일간의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가 생략돼 최대 240일이 걸린다. 총선 직후인 내년 5월에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돼도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사 탄핵소추안은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은 2021년 2월 ‘사법농단’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으나 같은 해 10월 헌재에서 각하된 바 있다. 또 지난 2월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했지만 헌재는 지난 7월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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