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장 사라지고 국방부장도 행적 묘연…시진핑 3기 내각 ‘흔들’

이종섭 기자 2023. 9.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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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외교부장 전격 면직에
리상푸 국방부장 행적 묘연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연합뉴스

중국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춘 외교부장이 전격 해임된 지 두 달도 안돼 이번에는 국방부장의 행적이 묘연해지면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국방부장 역시 부패 문제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이미 사실상 해임된 상태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3기 내각이 공식 출범한 지 6개월만에 최고위직 인사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참석 이후 20일 가까이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국방부장이 대외 활동이나 언론 노출이 잦은 자리는 아니지만 그동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홈페이지를 통해 활동 동정이 공개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당초 지난 7~8일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국방협력회의도 리 부장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갑자기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은 지난 15일 열린 중앙군사위원회의 정치 교육 관련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리 부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 중 단 3명만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 부장이 군사 장비 조달 문제와 관련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리 부장이 당시 함께 일했던 간부 8명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리 부장이 부패 혐의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미 해임됐거나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를 내놨다.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 부장은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올리며 미국과 각을 세웠다.

리 부장의 조사와 해임설이 사실이라면 시진핑 주석에게도 일정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3월 시진핑 3기 내각이 출범한지 6개월만에 최고위급 인사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중국 내각인 국무원에서 총리와 부총리에 이어 가장 고위직에 해당하는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인물이다.

앞서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7월 친강(秦剛) 당시 외교부장을 전격 면직한 바 있다. 친 전 부장은 면직되기 전 돌연 한 달 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건강 이상설과 불륜·혼외자설, 간첩사건 연루설까지 갖가지 소문에 휩싸인 상태였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도 취임 7개월만에 갑작스레 낙마한 친 전 부장의 면직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임명돼 임기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리 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부장의 상황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리 부장과 친 전 부장 모두 시 주석이 발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과거 다른 고위 인사들이 제거됐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시 주석이 책임을 회피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그들의 임명을 모두 시 주석이 승인했다는 점을 들어 외교·국방부장과 중국군의 핵심인 로켓군 장성들의 실종·해임은 시 주석의 판단 능력이나 인사 검증 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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