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 전기차 수요, 돌파구 찾는 배터리 3사…'ESS'에도 힘준다

최경민 기자 2023. 9. 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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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배터리 3사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17일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동기대비 41.0% 증가한 총 434만2487대다. 증가율은 해마다 감소 추세다. 2021년 115.5%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61.2%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50%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감소, 충전 등 인프라 구축 부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의 올해 예상 시장 침투율(기존 제품대비 새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7%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들은 대부분 '고가 제품'이어서, '살 사람은 다 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저가형 모델들이 대세가 될 때까지 수요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 입장에서는 반길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생산라인 증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까지 감소한다면 배터리 공급 과잉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찍어내고 있는 것도 악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은 공급과잉 상황인 내수 시장을 넘어 가격을 인하해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우선 전기차 침투율이 6%에 불과해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는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동시에 주행거리 등에 약점이 있는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되는 LFP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고성능인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저가형(LFP)까지 포트폴리오에 포괄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ESS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ESS는 태양열·수력·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어낸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여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2021년 28GWh(기가와트시)였던 글로벌 ESS 시장은 2031년 1TWh(테라와트시)로 확대할 전망이다. 10년 안에 35배 이상 성장이 점쳐진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ESS /사진=삼성SDI

ESS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내 기업은 삼성SDI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 상반기 ESS 부문 영업이익은 680억원으로 전년 동기(440억원) 대비 55% 늘었다. 삼성SDI는 울산 및 중국 시안에서 ESS를 생산하고 있는데, 급격한 증설 보다는 고객사 수요에 맞춘 생산라인 가동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SS 내부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세팅한 삼성배터리박스(SBB)에 힘을 주고 있다. SBB 배터리 전체 용량은 3.84MWh(메가와트시)로,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LFP를 적용한 중저가 ESS 생산도 검토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격적인 시장 접근을 하고 있다. 현재 오창과 중국 난징에 ESS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데, 올해 초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신규 설립키로 했다. 16GWh 규모로,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이곳을 거점으로 해서 5년 내 ESS 부문의 매출을 3배 이상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ESS 부문 매출을 1조647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급, 설계, 설치, 유지, 보수 등 ESS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 통합 솔루션 사업역량을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온 역시 ESS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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