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사극 그만, '아라문의 검'으로 보여줄 K-하이판타지 [Oh!쎈 펀치]
[OSEN=연휘선 기자] '아스달 연대기'가 새 시즌 '아라문의 검'으로 돌아왔다. '대장금'부터 '육룡이 나르샤'까지 다양한 팩션 사극으로 사랑받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한국형 판타지 드라마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아라문의 검'이 tvN 토일드라마로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1, 2회에서는 지난 시즌 '아스달 연대기'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주인공 쌍둥이 형제 은섬(이준기 분)과 사야(이준기 분)의 만남 그리고 탄야(신세경 분), 타곤(장동건 분), 태알하(김옥빈 분) 등의 변화가 압축적으로 그려졌다.
특히 '아스달 연대기'에서 배우 송중기와 김지원이 맡았던 은섬, 사야와 탄야가 '아라문의 검'에서는 이준기와 신세경으로 바뀐 상황. 드라마는 남여 주인공을 비롯해 시즌1에서 등장했던 배우들의 교체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했다. 이에 시즌1과 시즌2 사이 극 중 8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인물들의 성격이 크게 변화했고, 이를 통해 배우의 교체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그 과정에서 하이판타지와 같은 장르로의 집중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 '아스달 연대기'에서 '아라문의 검' 두 작품은 김영현, 박상연 두 작가가 공들여 작업한 순도 높은 판타지 드라마다. 기존 한국의 판타지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로 대표되는 현대물과 신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로맨스물이거나, 김은희 작가의 '킹덤'과 같은 조선과 같은 가상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물 혹은 소수의 SF 작품들로 구성돼 왔다. 이와 달리 '아스달 연대기'와 '아라문의 검'은 시기적 배경부터 등장인물들의 설화와 같은 내용들까지 두 작가가 직접 창조한 결과물로 한층 모험적이고 신선하다.
물론 장르나 구성만으로 드라마의 우위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작품은 최초라는 점에서 시도 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아스달 연대기'와 '아라문의 검'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순도 높은 하이판타지 장르가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마니아 장르로만 여겨지던 판타지 장르가 상업성을 우선하는 드라마에서 시도될 수 있을 만큼 한국 드라마 시장이 성장했고, 세계를 대상으로 선전 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시즌마다 5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한 가장 큰 배경이기도 하다.
시즌2 '아라문의 검'에 이르러 작품의 완성도 또한 한결 높아졌다. 시즌1이었던 '아스달 연대기'는 배경이나 설정 등 극본의 완성도는 뛰어났으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부 장면이나 캐릭터들의 복장은 미국 HBO 인기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했고, 배경 세트가 지나치게 인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CG 등이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아라문의 검'은 한층 달라졌다. 비주얼의 독창성은 물론 정밀한 화면 묘사가 가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달했다.
특히 대규모 액션씬이 시선을 압도했다. 은섬이 이끄는 아고족과 사야나 타곤이 이끄는 아스달 군졸들의 대규모 전투 장면이 유독 웅장했다. 더불어 재림 이나이신기를 자처하는 은섬의 액션이 화려했는데, 말 위로 단숨에 도약해 칼을 휘두르거나 몸을 날쌔게 놀리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냈다. '몸 잘 쓰는 배우' 이준기의 활약이 캐스팅 변화를 설득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하긴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판타지를 설득하려는 부담감 때문인지 지나치게 설명하는 듯한 대사, 과도하게 힘을 주는 일부 장면에서의 연기 등이 최근 시청 트렌드와는 다소 멀어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강렬한 판타지에 대한 호기심이 '아라문의 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유독 사극 작품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김영현, 박상연 두 작가이기에 이들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안착시키길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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