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판 '도시유전' 열린다···"쓰레기로 새 플라스틱 23만톤 생산"
부지정비 작업 80% 완료···내달 착공
세계 첫 3대 화학적 재활용 설비 단지
쓰레기 32만톤 투입해 23만톤 새 원료로
"국내서 쓰레기 원료 90% 이상 확보"
재생 원료 선계약 15~20% 수준
열분해유, SK이노 나프타 설비에도 투입
이달 13일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달까지 왕복하고 남는 60만㎢의 파이프가 빼곡히 얽혀있는 정유화학단지에서 7분을 더 가자 축구장 22개 크기의 드넓은 부지가 눈 앞에 펼쳐졌다. 덤프트럭 10여 대가 흙바람을 날리며 돌덩이와 토사를 운반하고 굴삭기는 한창 땅을 고르고 있었다. 야산이었던 이 부지는 다음 달 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울산 ARC)로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SK(034730)지오센트릭 관계자는 "매립하고 태우던 플라스틱 쓰레기 32만 톤을 재생 원료 23만 톤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목표"라며 SK판 도시유전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기자가 찾은 울산 ARC 현장은 부지 정지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2021년 3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80%가 진행됐다. 사실상 오는 10월 착공 일정에 무리가 없는 상태로, 2025년 하반기부터 상업 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울산ARC에는 화학적 재활용의 대표적인 3가지 방식을 모두 구축한다. 투자금액만 1조 8000억 원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재활용 클러스터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개는 방법으로 반복적인 재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오염도와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영구 재활용할 수 있다.
울산ARC가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 213억 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 톤이 재활용된다. 폐플라스틱은 90% 이상 국내에서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연간 23만 톤의 재생 원료를 생산한다는 게 목표다. 현재 처리량 기준 15~20% 물량이 선계약 된 상태다.
울산 ARC에서 폐플라스틱은 처리하는 방식은 고순도PP추출, 해중합, 열분해 등 3가지다. 특히 열분해는 과자나 라면 봉지 등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던 폐플라스틱 제품까지 활용할 수 있다. 폐비닐 등을 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유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활용 확대를 위한 후처리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열분해의 부산물을 제거해 석유화학공정에 원유 대신 투입하는 기술이다. 기존에 열분해유는 품질이 다소 낮은 경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SK지오센트릭은 이 열분해 후처리유 중 일부를 SK이노베이션(096770) 나프타 분해 설비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에서 실증을 하고 있다"며 "울산 ARC 열분해 공장에 후처리 실증 설비를 함께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열분해유는 버려지던 쓰레기의 자원화는 물론 탄소감축 기여도 가능하다. SK지오센트릭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1톤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할 경우 소각할 때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 2.7톤 가량 줄일 수 있다.
열분해유를 비롯한 화학적 재활용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2050년 600조 원에 달한다. 더 이상 소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복적인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SK지오센트릭은 해중합 방식의 경우 루프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다. 아시아 생산과 판매권을 공동 보유했다.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와는 프랑스에 열분해유 공장을 함께 짓는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열분해유가 순환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세계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국내 법규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 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석유대체 연료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열분해유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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