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서 기름 콸콸…세계 첫 재활용 종합단지, 600조 시장 캔다

SK지오센트릭 '울산 ARC' 연말 착공…생수병 年 213억개 분량 재활용
플라스틱서 뽑은 기름, 나프타 분해설비 투입…최태원 "플라스틱 100% 재활용 목표"

SK지오센트릭이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약 6만5000평 규모 부지에 짓고 있는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부지 전경. 10월 착공을 위해 부지 정지 작업이 한창이다.

(울산=뉴스1) 한재준 기자 = 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정유·화학 복합단지다.

높이 솟은 굴뚝과 수십만 ㎞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가득 메운 이곳은 언뜻 '친환경'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역설적으로 이 삭막해 보이는 CLX 내에서 그린(친환경)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은 CLX 내 약 6만5000평(21만5000㎡) 부지에 세계 첫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을 앞두고 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3일 방문한 ARC 부지에서는 공장 부지 정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부지 평탄화 과정에서 나온 흙더미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SK지오센트릭이 1조8000억원을 투자한 ARC는 연말 착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망라한 설비를 갖추게 된다.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곳에서 구현하게 되는 셈이다. 모든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갖춘 단지는 울산 ARC가 세계 최초다.

고순도 PP 추출은 폐플라스틱을 일정한 용매에 녹인 후 고온 압력을 가해 순수 PP를 추출하는 기술을 말한다. 해중합은 유색 페트(PET)병과 폴리에스터(Polyester) 원단 등을 분해해 플라스틱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오염도,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가능하다. 페트(PET)병은 물론 고밀도·고밀도 플라스틱, PP, 폴리스티렌(PS) 등 원료로 쓸 수 있는 플라스틱도 다양하다.

울산 ARC가 가동을 시작하면 매년 500㎖ 생수병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게로는 32만톤에 달한다.

32만톤에 달하는 원료를 투입해 고순도 PP 추출 공정과 페트병 해중합 공정에서 각각 연간 6만톤, 7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된다. 열분해 공정을 포함하면 연간 생산 물량은 23만톤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연간 투입되는 원료의 90%를 국내에서 확보한 상태다. 생산 물량의 10~15%는 고객사와 계약을 마쳤다.

◇플라스틱에서 원유 뽑아 석유화학 제품 만든다

울산 ARC에서 단연 돋보이는 설비는 열분해·후처리 설비다.

SK지오센트릭은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과 손잡고 폐플라스틱 열분해 설비를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닐, 라면 봉지 등을 녹여 기름으로 만들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을 적용한 설비도 도입한다.

열분해유는 부산물이 포함돼 있어 품질이 낮은 경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사용할 수 있지만 후처리 기술을 적용해 순도를 높이면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후처리를 거친 열분해유를 울산 CLX 나프타 분해 설비에 투입해 새로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쓰레기가 화학제품 원료로 쓰이는 '순환경제'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6만6000톤의 폐플라스틱을 투입해 열분해유를 생산하게 된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 공정에서 생산한 기름과 외부 열분해유를 도입해 후처리를 거쳐 연간 10만톤을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열분해유 수율은 약 67%다. 폐플라스틱 100톤을 투입하면 67톤의 열분해유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분해유 기술로 폐플라스틱 1톤을 재활용할 경우 소각하는 것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2.7톤 가량 줄일 수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열분해를 통한 플라스틱 재활용이 소각 대비 최대 61.5%의 탄소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4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그룹 2023 울산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2023.9.14/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 ARC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원유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그린 사업을 본격화하게 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슬라스틱은 2040년 약 1억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이를 재활용하는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울산포럼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울산 ARC와 관련해 "모든 플라스틱은 100% 재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저희도 이제 첫걸음을 걷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