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유공장 바로옆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SK이노의 도전'
시장규모 '2050년 600조'…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노려
[울산=김민성 기자]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의 핵심 울산콤플렉스(CLX)가 변신을 꿈꾼다. SK이노베이션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 확산에 발맞춰 사업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울산 CLX 내 건설 중인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공장,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다. 오는 10월 착공을 앞둔 이곳을 미리 둘러봤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시설
지난 13일 오후 방문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정유 공장인 만큼 기름 냄새가 가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바다냄새가 풍겨왔다. 안전 문제로 모든 원유와 정유 제품들은 외부 노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얽혀 있는 수많은 파이프가 장관이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파이프를 모두 합친 길이는 총 60만km 정도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약 38만km이니 엄청난 셈이다.
울산CLX는 1962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가 제1정유 공장을 건설한 이후 현재 제5공장까지 수를 늘렸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8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한다. 84만 배럴은 355ml 아이스아메리카노 3억8000만잔에 달하는 양이다. 이를 저장하기 위한 저장탱크만 700여개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 제1부두부터 제8부두까지 총 8개의 자체 부두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부두를 통해 원유를 수입하고 가공한 뒤 다시 수출선에 싣는다. 제1부두와 제2부두는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다. 공장과 거리가 가까운 만큼 수심이 얕아 1만톤급 이하의 소형 선박들만 접안한다.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부두에선 대형 유조선이 원유를 하역하고 있었다. 대형 유조선들은 수심 깊은 곳까지 배가 잠기는 탓에 해안에 접안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5부두부터 제8부두까지는 육지와 조금 떨어진 외항부두에 위치해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곳엔 32만톤급 유조선까지 접안할 수 있다.
울산CLX 내부에선 직원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덕분이다. 실제 전체 공정을 관리하는 조정실에 방문해 보니 모든 공정 가동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 전체 공장 가동률도 확인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공장 가동률도 100%에 육박하는 상태다. 정제마진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높아지자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울산 CLX는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대부분 공정을 조정실에서 통합 관리한다"며 "매 정기보수 마다 현장 직원들이 수동으로 공정 상태를 확인하고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첫걸음
CLX에서 나와 차로 7분 정도 이동하니 드넓은 벌판에 덤프트럭 여러 대가 정신없이 흙을 나르고 있었다. 덤프트럭이 가져온 흙을 각종 중장비가 고르게 펼치고 있었다. 대규모 건설 전 땅을 고르는 '정지 작업'의 모습이다.
이곳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진행 중인 울산 ARC 프로젝트의 핵심,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이 들어설 부지다.
울산 ARC는 SK지오센트릭이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CLX 내부에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부지 크기만 총 21만5000㎡ 부지로, 축구장 22개 넓이에 해당한다.
오는 10월 착공해 2025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발맞춰 석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쓰도록 법제화 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약 1억톤에 이를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이를 처리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를 통해 매년 폐플라스닉 32만톤을 재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500ml 생수병 약 21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32만톤 중 90% 정도를 이미 여러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상태다.
울산 ARC가 다른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 비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화학적 재활용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물리적 재활용 대비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비율이 높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갤 수 있는 탓에 반복적인 재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화학적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오염도,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설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정은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추출 △PET 해중합 △열분해·후처리 공정 등 총 3종류다. 이 중 SK지오센트릭가 가장 강조한 기술은 열분해·후처리다.
울산 ARC엔 총 6만6000톤 규모의 열분해 공정이 들어설 예정이다. 열분해는 플라스틱을 300~800℃의 고온으로 가열해 분해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지난 1월 영국의 '플라스틱 에너지(Plastic Energy)'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에 따르면 열분해 방식은 소각 방식 대비 최대 61.5%의 탄소절감 효과가 있다.
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면 원유와 비슷한 형태의 '열분해유'를 확보할 수 있다. 열분해유는 불순물을 제거하면 향후 나프타, 경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불순물 제거 기술 개발을 위해 현재 환경과학기술원에서 실증사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열분해는 복합 소재로 구성된 페트병과 비닐 등을 고온에서 분해하고 이것을 오일화하는 기술이다"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열분해유는 납사크래커 공정에 투입돼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열분해는 플라스틱이 재활용을 통해 다시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가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공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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