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장미란 넘었다…한국 선수 최초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3관왕

세계선수권 3관왕을 차지한 박혜정의 진천선수촌 훈련 모습. 연합뉴스

장미란을 보며 역도 선수의 꿈을 키웠던 박혜정(20·고양시청)이 장미란도 못 해 본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3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박혜정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용상 165㎏·합계 289㎏을 들어 올려 3개 부문 모두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건 202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회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 이후 2년 만, 3관왕은 박혜정이 최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역도 여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 세계선수권 우승을 했지만 인상에선 1위를 하지 못했다. 장미란의 경기를 보며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 바벨을 든 ‘장미란 키즈’ 박혜정이 마침내 우상을 넘어선 것이다. 박혜정은 앞서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잇따라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으로 기대를 모았고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지난해에는 세계주니어 선수권(합계 281㎏)과 아시아주니어선수권(합계 270㎏)을 모두 제패했다.

특히 이날 박혜정은 현역 최강 리원원(중국)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 체급 3개 부문 세계 기록(인상 148㎏·용상 187㎏·합계 335㎏) 보유자인 도쿄올림픽 챔피언 리원원은 인상 1, 2차 시기에서 130㎏에 연거푸 실패하더니 결국 기권했다. 277㎏(인상 117㎏·용상 160㎏)을 든 이 체급 합계 2위 마리 테이슨-래픈(미국)은 12kg 차이로 여유 있게 제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후보로 떠오른 박혜정은 경기 직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절실히 다가왔던 것 같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더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