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살리고 RE100 달성까지”…영농형 태양광이 설계하는 新경제 모델 [비즈360]

2023. 9. 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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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르포  
작물 수확량 일반농지 80~125% 수준
한화큐셀 “농가 활성화·탄소 감축 동시에, 1석2조 효과”
정재학 영남대 교수가 지난 13일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양대근 기자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농민 입장에서는 소득이 올라가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1석 2조’ 효과가 가능합니다. 단순한 경제성을 떠나 사명감을 가지고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농사를 짓는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병행해 전력까지 얻는 ‘영농형 태양광’ 모델이 침체된 농촌 경제의 활성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주관으로 방문한 경북 영남대 경산캠퍼스 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는 촘촘하게 세워진 태양광 모듈 아래 벼와 대파 등 주요 농작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약 1950㎡(590평)의 부지에 구역별로 3~5m 높이의 일반 단면형 모듈과 수직형·협소형 등 다양한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었다.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모듈 아래 재배 구역은 농기계 등이 지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 있어, 기자와 같은 일반 성인이 걸어 다니거나 작업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영농형 태양광은 태양광 발전과 경작을 병행하는 복합 솔루션을 말한다. 농업을 아예 중단하고 태양광 발전설비만 운영하는 기존 농촌형 태양광과는 다르다.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한화큐셀 제공]

통상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모듈 일부가 햇볕을 가리기 때문에 농작물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작물은 오히려 모듈이 태양빛과 복사열로 인해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오히려 생육을 돕는 효과도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등의 설치가 용이해 부족한 태양빛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에서 자란 포도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125%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한 태양광 모듈이 쉘터 역할을 해서 폭염·폭우·태풍·혹한 같은 기후 상황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입증됐다. 실제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쳤을 때 단지 내 나대지에서 자란 대파는 많이 헝클어진 반면 모듈 아래에서 자란 대파는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다.

정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100년 간 해당 지역에 왔던 최고의 태풍을 견디게 설계된다”며 “바람이 오면서 와류를 만들어서 완충시키니까 모듈 아래 농지는 태풍에 큰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에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포도 같은 작물은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1년 동안 실증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은 총 130㎿h에 달한다.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명이 사용 가능하고, 판매하면 연간 약 3000만원의 매전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되는 양이다.

한국동서발전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경우,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벼농사만 지을 때의 수익인 160만원 대비 최대 6배에 달하는 986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한화큐셀 제공]

오수영 영남대 교수는 “태양광 발전에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노는 땅이 별로 없다”며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태양광 활성화는 ‘RE100’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기업간 국제협약을 말한다.

다만 현행법 등은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막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농지법 시행령 제38조에 따르면 농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8년이다. 8년이 지나면 수명이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해 지속성이 저하된다.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이 법안들은 현재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해외 국가들은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영농형태양광 관련 법안이 통과돼 현재 약 4000건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최대 20년간 동안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영농형태양광을 농업 보호 시설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보급 작업에는 민간인 한화큐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한 모듈을 제작해 영남대 실증단지를 비롯한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 추가 인증(KS인증)을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전무)은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친환경 모듈을 계속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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