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전랑 외교관?…주일 미대사 거친 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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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도광양회'(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 시절과 달라진 중국의 거친 외교 행태를 뜻하는 전랑 외교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인물의 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이매뉴얼 대사의 주재국도 아니다.
미국 매체들 중 중국 정부에 가장 부정적인 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16일 '아메리칸 전사 외교관'이라고 부르며 그를 둘러싼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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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전랑’(싸우는 늑대) 외교관?
예전 ‘도광양회’(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 시절과 달라진 중국의 거친 외교 행태를 뜻하는 전랑 외교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인물의 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달 29일 이래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을 엑스(X·옛 트위터)로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달 8일 “시(진핑) 주석의 내각은 이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닮아간다. 친강 외교부장이 사라지더니 로켓사령관도 사라졌다. 이제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적은 것이다. 그는 이어 “이 실업률 경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중국 청년들인가, 시 주석의 내각인가?”라고 물었다.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인 청년 실업률을 끌어와 고위직들의 잇단 잠적을 조롱한 것이다.
이매뉴얼 대사는 15일에는 리 부장이 국방부장이 참석해야 할 행사에 불참했다며 “가택연금 때문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고위직들도 여전히 안 보인다는 점을 암시하며 “(가택연금 장소가) 붐빌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쪽에서는 리 부장이 해임당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일 미국대사의 시 주석 공격은 이번뿐이 아니다. 이달 초 한 행사에서는 “만약 청년 실업률 30%가 희망사항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시 주석 최대의 경제 업적”이라며 “(하지만) 난 이력서에 그걸 써넣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 싱크탱크 포럼에서는 3국 합의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백악관의 ‘공식’ 설명과는 달리 중국 견제를 강조하면서 ‘천기’를 누설하기도 했다.
외국 정상과 그 나라 내정 문제를 조롱을 섞어 비난하는 것은 통상적 외교사절 모습과 거리가 한참 멀다. 중국은 이매뉴얼 대사의 주재국도 아니다. 미국 매체들 중 중국 정부에 가장 부정적인 편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16일 ‘아메리칸 전사 외교관’이라고 부르며 그를 둘러싼 우려를 전했다. 이 신문은 하원의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카고 시장 등을 지낸 그가 공격적 정치 문화 속에서 성장한 게 이런 언행의 배경으로 거론된다고 했다. 그의 발언들은 미국 장관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관계를 관리하려고 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매뉴얼 대사는 인터뷰에서 “나를 비판하는 것은 실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중국 고위 관리들의 잠적이나 코로나19 기원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또 “중국이 하는 모든 것은 사기와 기만을 특성으로 한다. 세계적 지도자는 그래선 안 된다”며 시 주석을 다시 겨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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