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확산 방치했다”…노무현이 DJ를 ‘저격’했던 이유는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9. 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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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이나 늘어났는데요. 금리인상기를 맞아 잠시 하락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매달 증가폭을 키워가는 양상입니다.

한국은 안그래도 가계부채가 전세계에서 가장 과도한 국가로 알려져 있죠.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곧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여 대출한도를 낮추고, 가계부채 급등의 주범인 50년 만기 주담대와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50년 만기 주담대 실수요자 제외)하는 강도높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가계부채는 오랜기간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꼽혀 대통령의 연설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편입니다. 다만 외환위기나 대기업 구조조정, 금융사 위기 등에 비해서는 한단계 낮은 수준의 위협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죠. 말 그대로 고질병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앞서 언급한 한단계 높은 수준의 위협들처럼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지금은 고질병이 계속 악화돼 더욱 큰 병으로 도질 수도 있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다만 역사적으로도 가계부채 문제가 거대한 국가위기 수준으로 닥쳤던 순간이 존재하는데요. 덕분에 당시 재임했던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 비해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이 유별나게 많았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역대 대통령의 언급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 출처=매경DB]
카드사태 맞이했던 노무현 “부동산보다 카드 거품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카드 연체율이 급등하며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업계 1위사인 LG카드사가 무너지는 카드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날 노 전 대통령의 임기동안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는 자주 조명되는데요.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반부인 2005년 8월 ‘KBS특별방송 참여정부 2년6개월,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말씀’에서 “우리가 흔히 부동산 거품, 벤처 거품 얘기를 합니다만 카드 거품이 가장 결정적이었습니다. 카드 거품으로 인해서 금융위기에 부닥쳤습니다”라 평가할 정도로 당시에는 카드사태가 훨씬 큰 문제로 인식됐습니다.

카드사태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중에 내수진작을 위해 카드 공급을 대거 늘리는 정책을 쓰면서 초래됐는데요. 그결과 1999년 48조원이던 카드사 현금대출이 2002년 358조원으로 7배나 늘고,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카드 수도 같은기간 1.8장에서 4.6장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2003년에 이르러 결국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는데요. 카드사 실질연체율이 28.3%에 달하고 신용불량자도 400만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노 전 대통령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임 김대중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을 꽤나 자주 했던 편입니다. 2003년 ‘제238회 임시국회 국정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도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금융불안과, 소비위축으로 인한 수요부족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라며 “국민의 정부가 2001년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심지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기도 하고, 무분별한 가계대출의 확대를 방치했던 결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금융위기 조짐이 보일 때 전세계 국가들이 발벗고 나서 극단적인 관치행태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요. 카드사태 당시까지만해도 이런 문화가 퍼지지 않았던 탓인지 관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신경썼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전경련 신춘포럼 초청 연설’에서 했던 발언이 대표적인데요.

노 전 대통령은 “작년 4월에 카드 회사에 관련된 채권,채무 관계를 2개월동안 동결하는 권고적 조치를 통해서 위기를 모면했을 때, ‘정부가 왜 개입하느냐,’고 비판하는 견해들이 있었습니다”라면서도 “정부가 그것을 내버려 두고 보아야 합니까, 시장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입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이어서 노 전 대통령은 “관치경제에 대한 사회의 여러 가지 견제가 없었더라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불안이나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좀더 과감한 수단을 썼을지 모르겠습니다”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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