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파 농사 짓는데 대파 아닌 이걸로 3000만원 법니다"

이다솜 기자 2023. 9.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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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근처 590평 부지서 실증 연구
농촌 붕괴 솔루션으로 부상…농가소득 증가
농지법 탓 설치 8년이면 철거…"경제성 저해"
[서울=뉴시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2023.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산(경북)=뉴시스] 이다솜 기자 = 지난 13일 찾은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590평에 달하는 농지에 유기농 대파와 벼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곳 농작물 위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는 4m 높이의 쇠기둥에 태양광 모듈까지 설치돼 있다. 대파 농사 뿐 아니라 전기까지 생산하는 것이다.

농작·전기생산 동시에…'농촌 활성화 솔루션'

이곳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은 일명 '영농형 태양광'으로 불린다. 이는 동일 부지에서 농사도 짓고, 태양광 발전도 가능한 기술이다. 농경지, 목초지, 비닐하우스 등 모든 곳에 이 영농형 태양광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농지 훼손 없이 농가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어 상생 솔루션으로 주목받는다.

영남대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는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과제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 만든 곳이다. 총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영농형 태양광을 표준화하기 위한 국책 과제도 진행한다.

최근 농촌은 농가 인구 감소로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매전 수익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가 가능해 농촌 경제와 귀농·귀촌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실증단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작년 한 해 기준 총 130MWh(메가와트아워)로 국내 가정용 기준 연간 1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 소유 농지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경우, 일반 농지 수익인 160만원의 6배인 960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농지를 임대해 운영할 경우에도 395만원 수익이 더해진다. 2023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운영할 경우 연간 3000만원까지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

이날 행사에서 임도형 한국동서발전 미래기술융합원장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가의 기존 생산성 대비 소득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며 "보급이 보편화되면 어려운 농가 경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수직형 모듈을 사용한 영농형태양광에서 벼를 재배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2023.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양광 때문에 수확률 감소?…"오히려 늘어"

일각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설치로 인한 일조량 감소로 농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실증 결과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의 대파, 밀, 배추 수확량은 모두 일반 농지 대비 80% 수준을 유지했다. 일부 작물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생육을 돕기도 한다.

실제 영남대 과수원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포도는 일반 농지 대비 수확량이 125% 증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영농광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농지에서 보리수확을 했는데, 일반 녹지 생산량을 100%라고 가정할 때, 108.1% 수확량을 거뒀다. 이듬해 시작한 대파 농사도 기존 수확량인 91.79% 대비 12% 늘어난 103.83%을 기록했다.

실증단지에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재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강수량이 많을 때 농지에 내린 빗물을 태양광 모듈 하부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가뭄이 들면 해갈에 활용하는 것이다.

영농형태양광 설비를 이용해 집중호우나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작물 수확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때 스프링클러를 포함한 관개 시설에 사용되는 전력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로 충당한다.

[서울=뉴시스]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에서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2023.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농지법에 걸린 '8년' 한계…법안 통과 필요

다만 현행 국내 농지법 아래에서는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를 최장 8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8년이 지나면 수명이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국내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지난 2020년 6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했는데 현재까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지의 복합 이용’ 개념을 도입하는 농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답보 상태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제도를 일찌감치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10년 만에 4000건 이상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됐다.

게다가 모듈 하부에서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할 수 있다. 프랑스도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 보호 시설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모듈이 공급된 곳은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다양하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돈을 벌기 위해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려 한다"며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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