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데 태양광으로 3천만원 더 번다"...영농형 태양광 가보니
한화큐셀, 농작물 감수율 최소화하는 영농형태양광 전용 친환경 모듈 공급
"태양을 나눠 작물도 키우고 태양광 발전도 합니다"
지난 13일 방문한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는 대파와 벼,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파릇하게 자라 수확을 기다리는 작물들의 모습은 여느 밭과 같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3.5m 높이로 설치된 1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다. 590평(1950㎡)의 농지에 구역 별로 일반 모듈, 수직형 모듈, 협소형 모듈 등이 설치돼 있었다.
농지에서 발전만 하는 농촌형 태양광발전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경작과 발전을 동시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농형 태양광 모듈은 작물이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농기계들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경작지에서 3.5~5m 높이에 설치한다. 이날 방문한 실증단지에 설치된 모듈도 성인이 밭 위를 걸어 다니거나 작업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높이였다.
영농형 태양광은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농작물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으로 일부 줄어들지만, 전력 생산으로 농지의 생산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발전 운영업체로부터 토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직접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한국전력에 전력 판매도 가능하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소득이 줄어드는 현실을 타개할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실증단지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생산된 전력은 총 130MWh(메가와트아워)다.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판매한다면 연간 약 3000만원의 매전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하여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경우, 벼농사만 지을 때의 수익인 160만원의 최대 6배에 달하는 986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농지를 임대하여 운영할 경우에도 395만원의 총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수확량도 무조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작물에 따라선 영농형 태양광 모듈 설치로 오히려 수확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폭염, 폭우, 태풍, 혹한과 같은 기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줄이기도 한다. 영남대학교 내 과수원에서 진행된 실증연구 결과, 영농형태양광 하부 농지의 포도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125%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여름철에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포도와 같은 작물의 경우에는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에 공급하고 있다. 셀을 반으로 나눠 농작물이 햇빛을 받을 수 있는 틈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2021년에는 KS인증 중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하며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농지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수 있는 허가 기간이 짧은 현행법이 영농형 태양광 발전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농지법 시행령 제38조에 따르면 농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8년이다. 8년이 지나면 수명이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영농형태양광 관련 법안이 통과돼 현재 약 4000건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영농형태양광을 농업 보호 시설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경산(경북)=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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